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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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핀테크(금융기술) 규제는 시대착오적입니다.”

제이슨 존스 렌딧 대표(사진)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간(P2P) 대출 등 국내 핀테크산업 규제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렌딧은 세계 최대 핀테크 콘퍼런스 주관사로, 존스 대표는 이 회사 공동 창업자다. 그는 오는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콘퍼런스 준비를 위해 방한했다. 지난 3월 뉴욕에서 열린 렌딧 콘퍼런스에는 전 세계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은행(IB), 헤지펀드 등 2400개 기업이 참석했다.

존스 대표는 국내 핀테크 시장을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P2P업계만 보더라도 미국과 중국에선 금융회사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P2P)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은 개인 간 대출 등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부터 P2P 대출사업을 시작한 미국에선 P2P 업체 렌딩클럽이 연간 9조원의 대출 실적을 올리고, 중국 P2P 시장 규모는 연간 80조원에 이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개인 신용정보가 축적되지 않은 중국에선 고객 정보를 가진 전자상거래, 통신, 유통 등 기업들이 앞다퉈 핀테크에 뛰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존스 대표는 국내 핀테크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저축은행·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의 P2P 대출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 지침을 꼽았다.

그는 “개인이 증권사나 보험사에 맡긴 돈을 금융회사 전문가들이 P2P에 투자하는 게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기존 금융회사들도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해 P2P 투자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도 대형 P2P 업체 렌딩클럽과 프로스퍼 등을 규제하지만 사후 신고의무만 부여한다”며 “최근엔 이마저도 필요한지 의문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 대표는 핀테크 업체들이 전통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밀려 지속성장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틀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부 스타트업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변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며 “기존 금융사들이 오히려 핀테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려고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서 JP모간체이스가 ‘온덱’이라는 P2P 플랫폼과 제휴해 중소기업 대출을 시작하는 걸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핀테크 선진국에선 기존 금융회사들이 기술 혁신을 따라가지 못해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을 갖춘 기술기업으로 금융산업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