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길거리 흡연
흡연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웬만한 건물에서 실내 흡연이 금지돼 있다. 담뱃세는 재작년 갑당 1550원에서 3318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는 담뱃갑 상단을 30% 이상 덮는 크기로 경고그림이 붙었다. 혐오스러운 사진을 보면 흡연 욕구가 뚝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요즘 흡연자들은 ‘담배와의 전쟁’이라도 선포된 기분일 것이다. 불과 1990년대까지만 해도 비행기나 기차, 버스에서도 담배를 자유롭게 피웠다.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그러나 흡연은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공동주택에서 환기구나 복도, 베란다에서 흡연을 놓고 이웃 간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간접흡연 피해를 예방하는 제도적 논의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특히 길거리 흡연에 대해 세심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 길거리 흡연은 앞사람이 뿜어낸 담배 연기가 비흡연자에게 고통을 준다. 담배를 든 손의 높이가 어린이의 얼굴 높이와 비슷해 자칫하면 화상을 입힐 수도 있다.

현행 국민건간증진법은 대형 건물이나 음식점, 학교, 보육시설, 공연장 등 실내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 공원이나 보도 등 실외공간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이미 학교 주변과 어린이놀이터, 주유소, 버스정류장, 지하철 입구, 공원 등 1만7515개소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 강남구는 한남대교에서 양재동까지의 강남대로 전역이 금연구역이다.

그런데 현행법은 ‘일정 공간 내에서의 흡연’만 규제한다. 야외에서 이동하며 흡연하는 것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 2011년 일본에서는 도쿄 중심가에서 어린아이가 앞서 길을 가던 어른의 담배에 화상을 입어 실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지자체 대부분이 길거리 흡연을 금지했다. 길거리 흡연으로 적발되면 2000엔(약 2만원)에서 2만엔(약 2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홍콩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길을 가다 앞사람의 담배 연기를 뒤집어 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간접흡연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에 공감할 것이다. 한편 흡연자들의 권익도 전면 무시할 순 없다. 관리되는 흡연 장소를 늘릴 필요가 있다. 요즘 시내 거리에 야외 흡연을 위한 부스가 깔끔하게 설치돼 있다. 이런 시설을 확충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익을 존중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고원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wonseok.ko@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