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퍼스트레이디 '유쾌한 정숙씨' 역할은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가 4년여 만에 다시 탄생해 그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대선 기간 밝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 ‘유쾌한 정숙씨’로 불릴 정도로 국민에게 호감을 사 퍼스트레이디로서 기대감이 높다. 김 여사는 평소 여성 행복과 보육 문제에 관해 분명한 소신을 밝혀온 만큼 관련 현장 행보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 줄줄이 예고돼 있는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 현장에서 김 여사가 어떤 ‘소프트 외교’를 이뤄낼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 김 여사가 처음 주문한 것은 “영부인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대(對)언론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영부인 대신 여사로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영부인이라는 단어는 권위적이고 어색하다는 게 여사님의 뜻”이라고 전했다.

김 여사는 선거운동 기간에 호남 지역 주민과 스킨십을 넓히면서 문 대통령의 ‘호남 특보(특별보좌관)’라는 별칭을 얻었다. 청와대 내 직원들도 살뜰히 챙기고 있다. 청와대 관저에 입주하기 전 도배 현장에 방문해 직원들에게 간식을 전했다. 자택이 있는 서울 홍은동 인근 주민에게는 시루떡을 돌리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평소 “청와대로 가도 남대문시장에서 장을 보는 등 항상 시민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고 말해왔다.

보육정책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김 여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은 모든 부모에게 큰 즐거움이지만 오늘날 양육 환경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모든 여성이 행복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남편 내조를 위해 서울시립합창단을 그만둔 만큼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리된 것은 없다”며 “올해 중반은 지나야 가시화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 들어간 게 아니라 호남 민심을 돌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을 도운 일등공신”이라며 “여성 평등 등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