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보다 사람에 집중…고객 자녀들도 찾아와 계약 맺죠"
보험 영업은 어렵다. 한 번 계약으로 길게는 30년 가까이 보험료를 내야 하는 까닭에 상품을 살펴보는 소비자는 대단히 신중하다. 40만 명에 달하는 보험 설계사 가운데 상당수는 1주일에 계약 한 건 맺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준옥 NH농협생명 강릉지점 팀장(사진)은 지난해 총 188건, 이틀에 한 건꼴로 계약을 일궈냈다. 18년 연속 연도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일곱 번이나 대상을 받은 ‘보험여왕’이다. 지 팀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품을 판다는 생각보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지 팀장은 ‘1일 2인 원칙’으로 유명하다. 하루에 세 명 이상 고객 상담을 하지 않아서다. “시간에 쫓기듯 설명을 하다 보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생명보험은 정말 진심을 갖고 대해야 하는 상품”이라며 “그런 상품을 다루는 설계사는 고귀한 직업이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 팀장과 농협의 인연은 오래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농협에 입사했다. 농협에 근무하면서 남편도 만났다. 1996년에는 농협중앙회 전국 최연소 과장으로 발탁될 만큼 업무 능력도 탁월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그의 운명을 바꿔놨다. 농협에서 700쌍의 부부 사원이 정리된 것. 부부 중 한 사람은 직장을 떠나야 했다. 지 팀장도 그때 사표를 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됐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지 팀장은 자신을 전문가로 알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재정설계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공공기관을 찾아 재테크 강의를 자청했다. 강연을 요청하는 곳이라면 동사무소, 교도소를 가리지 않았다. 지역 신문에 재테크 칼럼을 연재하고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했다. 결과는 대성공. 지 팀장은 설계사를 시작한 1999년부터 연도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설계사가 보험뿐 아니라 고객의 재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설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인생주기에 따른 자금 마련 계획과 재정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 팀장은 “성심껏 대화하다 보면 소비자가 필요한 상품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며 “상품보다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영업을 오래 하다 보니 고객 자녀들이 신규 계약을 맺곤 한다”며 “자녀들이 찾을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