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미국 특사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석현 미국 특사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4강 특사 외교가 6개월간 공백 상태였던 정상 외교를 빠르게 복원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 측 대표를 만난 건 지난해 11월 당선 후 처음이다. 당초 예정 시간은 10분이었지만 실제 회동은 15분간 이뤄졌다.

이 자리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안호영 주미대사가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언급하며 “통화를 하면서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 좋은 협력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북핵 문제를 포함해 한·미 동맹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현재는 압박과 제재 단계에 있지만 특정 조건이 되면 관여(engagement)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평화’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며,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홍 특사는 이날 1.5쪽 분량의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는 전통 궁서체 한글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기록했고 친필 사인도 담았다. 비공식 영문본도 첨부됐다. 특사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받자마자 ‘아름답다, 잘 읽어보겠다’며 감탄했다”고 전했다.

홍 특사는 맥매스터 보좌관과 북핵 및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대해 40분간 논의했다. 그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내에서 민주적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한국의 입장과 상황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사드 비용에 대해선 양측 모두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건이 되면 대북 관여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는 발언에 대해 “한·미 간 공동 비전, 공동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이미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