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이후 이어진 뉴욕증시의 트럼프랠리가 ‘트럼프퀘이크’(지진)로 돌변하면서 월가의 투자 고수들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다양한 전망을 쏟아냈다.

JP모건은 17일(현지시간) 투자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very, very unlikely)”고 밝혔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둘러싼 정치적 스캔들은 트럼프의 정치적 자산을 늘리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탄핵을 위한 의회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탄핵은 일부의 예상과 달리 훨씬 더 정치적인 프로세스라며, 더구나 공화당이 미 의회의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제하고 있고,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정치 여건은 탄핵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시장의 일부 투기적 전망과 달리 탄핵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조차 너무 이르다는 JP모건은 덧붙였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탄핵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심각한 조정국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히 강하다. 잭 애블린 BMO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나와 “아직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며 “미국 시장은 최고 정점을 약간 지났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PNC 자산운용의 빌 스톤 수석 투자 전략가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탄핵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제 아젠다’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증시 낙관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퇴여부와 관계없이 시장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감세 등 세제개편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공화당의 의제라며 탄핵 논란이 이들 의제를 ‘탈선’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겔 교수는 “월가는 오히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더 선호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사임한다면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겔 교수는 “지수하락을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되더라도 세제개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불길한 시장예측도 있다.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시장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바른 정치적 의제를 갖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능력에는 진절머리가 난다”며 “그의 경영능력에 점수를 매긴다면 D-(마이너스)”고 혹평했다. 코미 국장을 해임한 것은 “초보자의 실수”라며 “트럼프 대통령처럼 했다가는 친구가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