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사건 신고자에 "2차 가해자"…고대 D학과 학생회 대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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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한 학과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이 대학 학생 A씨를 '2차 가해자'라며 공개비판한 해당 학과 학생회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작 성희롱 가해자인 학생회 간부 B씨는 피해자의 사과 및 간부직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아 도덕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5일 A씨가 캠퍼스에 붙은 성희롱 폭로 대자보를 읽고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다. 피해자인 한 여학생이 쓴 대자보에는 B씨가 자신에게 "너 나랑 한 번 자도 손해는 아니잖아" "가족인데 한 번 잔다고 뭐가 달라지나" 등의 말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피해 여학생은 신고 취소를 요구했다. 성희롱 사건이 자신의 가족과 지인 등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피해자 대리인 역할을 맡은 소속 학과 학생회장을 통해 A씨의 경찰 신고는 30여 분 만에 철회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신고는 철회됐으나 학과 학생회는 A씨 동기들이 속해 있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A씨의 실명을 언급하며 사과문을 게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학생회는 A씨의 행위를 '2차 가해'라고 판단했다. 학생회 측은 "당사자가 원치 않았던 필요 이상의 공론화, 피해자 신상 공개 및 피해자에 부담이 가는 모든 가해 상황이 '2차 가해'"라면서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진 외부 기관 무단 신고는 '2차 가해'로 이어지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사과문 작성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학내 양성평등센터에 '2차 가해' 상황을 공식 접수해 학칙에 따라 징계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학생회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박하고 있다. 사과문을 쓰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다만 애초의 신고 의도와 달리 피해자가 부담을 갖게 한 점 등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논란이 신고자의 2차 가해 여부로 옮겨붙은 사이 학생회 간부인 성희롱 사건 가해자 B씨는 피해자의 사과 및 간부직 사퇴 요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2차 가해'라는 법적 용어는 없다. 다만 성희롱 및 성폭력 상담 과정에서 쓰이는 '2차 피해'라는 용어만 있다. 2차 피해란 사건이 일어난 이후 관련 사법기관, 가족, 지인, 여론 등에 의해 사건 정황과 신상 등이 알려지면서 피해자가 추가로 받는 정신적 피해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가 신고자 A씨에게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무고죄로 의심받거나 가해자가 찾아오는 등의 행위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학생회 간부가 가해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생들 간 '권력 차이'에 의한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성욕 못지않게 '권력 확인' 동기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다양한 상황과 특성을 감안해 학교 차원에서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5일 A씨가 캠퍼스에 붙은 성희롱 폭로 대자보를 읽고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다. 피해자인 한 여학생이 쓴 대자보에는 B씨가 자신에게 "너 나랑 한 번 자도 손해는 아니잖아" "가족인데 한 번 잔다고 뭐가 달라지나" 등의 말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피해 여학생은 신고 취소를 요구했다. 성희롱 사건이 자신의 가족과 지인 등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피해자 대리인 역할을 맡은 소속 학과 학생회장을 통해 A씨의 경찰 신고는 30여 분 만에 철회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신고는 철회됐으나 학과 학생회는 A씨 동기들이 속해 있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A씨의 실명을 언급하며 사과문을 게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학생회는 A씨의 행위를 '2차 가해'라고 판단했다. 학생회 측은 "당사자가 원치 않았던 필요 이상의 공론화, 피해자 신상 공개 및 피해자에 부담이 가는 모든 가해 상황이 '2차 가해'"라면서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진 외부 기관 무단 신고는 '2차 가해'로 이어지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사과문 작성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학내 양성평등센터에 '2차 가해' 상황을 공식 접수해 학칙에 따라 징계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학생회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박하고 있다. 사과문을 쓰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다만 애초의 신고 의도와 달리 피해자가 부담을 갖게 한 점 등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논란이 신고자의 2차 가해 여부로 옮겨붙은 사이 학생회 간부인 성희롱 사건 가해자 B씨는 피해자의 사과 및 간부직 사퇴 요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2차 가해'라는 법적 용어는 없다. 다만 성희롱 및 성폭력 상담 과정에서 쓰이는 '2차 피해'라는 용어만 있다. 2차 피해란 사건이 일어난 이후 관련 사법기관, 가족, 지인, 여론 등에 의해 사건 정황과 신상 등이 알려지면서 피해자가 추가로 받는 정신적 피해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가 신고자 A씨에게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무고죄로 의심받거나 가해자가 찾아오는 등의 행위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학생회 간부가 가해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생들 간 '권력 차이'에 의한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성욕 못지않게 '권력 확인' 동기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다양한 상황과 특성을 감안해 학교 차원에서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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