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맨 송치호의 '가화상사성(家和商事成)'…"오후 6시 10분 되면 불 꺼라"
송치호 LG상사 사장(사진)이 ‘상사맨’ 특유의 야근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종합상사는 업무 강도가 높다’는 편견을 없애고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송 사장은 최근 ‘가화상사성(家和商事成)’이라는 구호를 직원들 앞에서 직접 발표하면서 스마트워킹을 독려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우선 직원들의 습관적인 야근부터 없애기로 했다. 종합상사는 업무 특성상 세계 거래처와 24시간 상대하는 만큼 야근이 일상화돼 있다.

송 사장은 정시 퇴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본인이 먼저 오후 6시에 회사를 나서고 있다. 임원들에게도 솔선수범을 다그치고 있다. 일을 다 마치고도 눈치 보는 직원을 없애기 위해 6시10분에 회사 전체 불을 끄기도 한다.

주말 근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월요일에 하던 주요 회의도 모두 금요일로 옮겼다. 회의를 준비하려고 주말에 출근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 일정을 관리하면서 몰입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거래처를 상대하는 업무 특성상 직원 모두가 정시에 퇴근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현재 전체 임직원의 80% 이상이 ‘칼퇴근’하고 있다. 휴일 근무 신청자도 절반으로 줄었다.

송 사장은 가족 또는 연인 등과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원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신청 임직원 전원에게 곤지암 화담숲 입장권을 나눠줬다.

송 사장이 취임 4년 차에 새삼스레 ‘가화상사성’을 들고나온 이유는 그동안 근심거리인 경영실적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 2월에는 전 직원이 성과급을 받기도 했다.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송 사장은 “일하기 좋은 회사는 우리 임직원 모두의 희망이자 내일”이라며 “이번에 제대로 바꿔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G상사 실적은 2014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과 오만 광구의 석유 선적량 감소 등으로 부진을 겪어왔다.

2015년엔 해외 투자자산의 손실 반영으로 2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도높은 경영효율화 작업과 사업재편 덕에 지난해 17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