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19일 문을 연 ‘인천 논현 푸르지오’ 모델하우스가 예비청약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5000여 명이 방문했다. 대우건설 제공
대우건설이 19일 문을 연 ‘인천 논현 푸르지오’ 모델하우스가 예비청약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5000여 명이 방문했다. 대우건설 제공
대통령선거로 미뤄진 아파트 분양이 19일 전국에서 일제히 재개되자 모델하우스에 예비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이날 모델하우스를 연 단지의 청약 결과가 여름 분양시장 분위기를 미리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 인기 신도시에 청약자가 몰리고, 입주물량이 많은 지방이 외면받는 현상이 봄에 이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역세권 분양’ 몰리는 실수요자

"대선 끝났다"…모델하우스 3만5000명 '북적'
서울·수도권 6곳에서 문을 연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이날 하루 동안 3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5구역을 재개발하는 ‘보라매SK뷰’ 모델하우스에는 1만여 명의 예비청약자가 찾았다. SK건설 관계자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교통이 좋은 곳이라 실수요자, 투자자 등 다양한 목적의 사람들이 찾았다”며 “분양가가 주변 시세 수준이지만 새 아파트에 대한 선도호가 높은 데다 인근 뉴타운 분양권에 모두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어 청약 경쟁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5억2500만~7억1000만원, 전용 84㎡ 6억1800만~6억7900만원 등이다. 올 4월 입주한 신길뉴타운 ‘래미안에스티움’ 매매가격의 경우 전용 59㎡가 6억5000만원대, 전용 84㎡는 7억5000만원대다. 분양가 대비 2억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걸포지구에서 GS건설이 분양하는 ‘한강메트로자이’ 모델하우스에도 1만여 명이 찾았다. 한꺼번에 내방객이 몰리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데만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내부 유닛을 보기 위해서도 또 1시간이 소요됐다. GS건설 관계자는 “방문객은 대부분 30~40대”라며 “내년 개통하는 김포도시철도 걸포북변역을 이용해 서울 출퇴근이 용이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천 논현지구의 마지막 분양단지인 ‘인천 논현 푸르지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도 이날 5000여 명이 방문했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정모씨(52)는 “수원~인천 간 복선전철인 수인선 소래포구역이 5분 거리이고, 버스 노선도 많아 실거주 목적으로 보러 왔다”며 “논현동 내에서도 입지가 좋아 무조건 청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격이 3.3㎡당 900만~1100만원으로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하고, 전매 기간이 6개월로 짧아 투자 수요도 몰리고 있다. 인천 ‘영종하늘도시 KCC스위첸’ 아파트도 평균 분양가격이 3.3㎡당 1000만원 미만으로 저렴해 실수요층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반도건설이 경기 안양 지하철 1호선 명학역 인근에 짓는 ‘안양명학역유보라더스마트’ 모델하우스에도 30~40대의 방문이 활발했다. 인근 군포시에 사는 진모씨(38)는 “안양에서 가장 인기 좋은 평촌 아파트는 대형에 가격도 비싸고 오래됐지만, 여기는 소형에 평촌 전셋값 수준에 매입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차별화 심화

지방 대도시 청약에선 입지에 따른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올 들어 최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나왔다. 지난 17일 청약자를 모집한 ‘대구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 아파트는 평균 280 대 1, 최고 599.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국에서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대구 평균 아파트값이 2년째 떨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기 주거 지역에서 공급되는 물량이어서 실수요자가 몰렸다. 같은 도시 내에서도 주거 선호도, 수급 여건 등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 중소도시에선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충북 충주에서 나온 ‘충주 호암 힐데스하임’은 867가구 모집에 254명만 청약해 0.29 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충남·북과 경남·북, 제주 등에선 과도한 입주물량 충격이 작년부터 나타나고 있다”며 “입주물량이 소화될 때까지 청약시장이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아영/김형규/선한결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