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하는 동네의 그늘
월세 40만원 33㎡ 점포 1년새 55만원까지 껑충

서울시가 주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지에서 박원순 시장 약속과 달리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을지로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을지로 3·4가 주변 상가 임대료는 최근 1년 새 평균 20%가량 올랐다. 서울시에서 세운상가 일대를 4차 산업혁명 거점으로 단장하기 위해 진행 중인 ‘다시·세운 프로젝트’가 가시화하면서다. 이 일대 노후 건물엔 조명, 전기, 공구, 철공, 화공약품 등 각종 소상공업체가 몰려 있다.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아온 예술가와 청년 창업자도 많다.
세운·대림·청계상가의 66㎡ 안팎 점포 임차료는 보증금 1500만~2000만원에 월세 100만~150만원 수준이다. 1년 전만 해도 월세는 80만~100만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4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던 전용 33㎡ 상가는 50만~55만원으로 뛰었다.
인근 세운공인의 조명일 대표는 “목이 좋은 곳의 임대료는 1년 새 최고 50%가량 올랐다”며 “도시재생이 이뤄지며 유명 프랜차이즈업체 등이 들어올 조짐이 나타나자 건물 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운상가 인근에서 조명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씨는 “건물주가 월 40만원에 쓰던 창고(전용 33㎡) 임대료를 최근 5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 포기하고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에 대비해 도시재생사업의 핵심 부작용으로 꼽히는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책을 제시했다.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한 저소득층 주거공간 확보, 영세 상업 공간 확보 의무화,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하로 묶을 수 있는 규정 마련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 10조원의 도시재생사업 재원 조달 방안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까지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