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이상 팔린 브라질 채권, 하루만에 투자금 17% 날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연루된 ‘뇌물 스캔들’ 여파로 19일 하루 동안 브라질 국채 투자 수익률이 17% 넘게 떨어졌다. 브라질의 ‘정치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헤알화 가치와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면 수익률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률이 10% 이상 추가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

19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연 10.01%였던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금리는 18일 연 11.77%로 1.76%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은 10%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1월1일 연 16.51%였던 브라질 국채 금리는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12월15일 연 12%대로 떨어졌다. 덕분에 지난해 브라질 채권 투자 수익률은 70%에 달했다.

시장에선 올해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테메르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정치인의 입을 막기 위해 뇌물 제공을 허락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라질 정부의 국채 매입 발표에도 불구하고 ‘팔자’ 물량만 쌓이면서 모든 거래가 ‘올스톱’됐다”며 “투매 현상이 진정될 때까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채권 투자 수익률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원·헤알 환율도 급락했다. 브라질 채권은 헤알화 변동에 대한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않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떨어진다.

19일 외환시장에서 원·헤알 환율은 전일보다 26원65전(7.44%) 떨어진 헤알당 334원45전에 거래를 마쳤다. 헤알화 가치와 채권 가격이 각각 7.44%, 10%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하루에 17%가 넘는 손실을 보게 됐다. 올 들어 12.05%의 수익률을 거뒀던 브라질 주식형 펀드도 위기를 맞았다. 브라질 증시의 움직임이 시차를 두고 펀드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주 초엔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사엔 환매 문의 빗발쳐

이날 국내 증권사와 은행에는 브라질 채권과 펀드 환매 문의가 빗발쳤다. 지난해 1월 이후 국내에서 팔린 브라질 채권은 상위 8개 증권사에서만 2조원이 넘는다. 이 중 90% 이상을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정치 변수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 팀장은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고조되던 시기에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다”며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한 브라질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적으로 브라질의 정치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테메르 대통령의 사임 또는 탄핵 후 재선거 △사임 거부 후 혼란 지속 △뇌물 스캔들 진정세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한 뒤 여당과 야당이 ‘강대강’으로 맞설 경우 혼란이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나수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