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단속반 들이닥치자 '당황'…눈썹 문신 주사기 등 쏟아져 나와
“특사경(특별사법경찰)입니다. 무면허로 불법 의료행위를 한다는 제보가 있어 수사하겠습니다.”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주택가를 서울시 특사경 보건의약수사팀이 급습했다. 현장에서 반영구 화장 시술을 하고 있던 지모씨(56)는 크게 당황한 나머지 손에 든 도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사진) 곁에 있던 종업원 두 명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박경오 팀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지씨의 면허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현장 곳곳에선 눈썹 문신 도구와 주사기 등이 쏟아져 나왔고, 휴지통은 피 묻은 거즈로 가득 차 있었다.

수사팀은 이날 압수수색에 앞서 시술소를 방문해 직접 시술을 받으며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를 토대로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런데 반영구 화장 시술은 불법 의료행위로 의료법 위반에도 해당한다. 그럼에도 약사법 위반으로 입건한 것은 현행법상 특사경에게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한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지씨는 피시술자에게 전문의약품인 아시클로버(항생제)와 연고인 테라마이신을 의사 처방전 없이 무료로 준 것으로 전해졌다.

지씨가 불법 반영구 화장 시술을 해온 것은 무려 9년째. 단속을 피하려고 장소도 네 번이나 옮겼다. 잠원동 주택에 머무른 건 2013년부터다. 피시술자들이 지씨의 불법 시술소를 찾은 것은 병원 시술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눈썹 문신을 하려면 1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이 같은 불법 업소에선 30만원만 내면 된다. 지씨 업소도 입소문을 타고 적잖은 피시술자들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지난해 적발한 불법 시술 및 의약품 판매 관련 사건만 전년보다 65% 늘어난 170건이다. 단속 건수가 크게 늘었지만 수사 과정에서 제약이 적지 않다는 게 박 팀장의 설명이다. 박 팀장은 “수사권이 없는 의료법 대신 통상 약사법,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관련 법을 엮어 수사하고 있다”며 “실제 적용 가능한 혐의의 10%밖에 밝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수사팀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약사, 간호사, 수사관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박 팀장은 1990년 서울시 보건전문직에 합격한 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현재 폐지)에서만 18년 동안 수사관으로 근무한 베테랑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