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코미디 명맥 이어온 '개콘'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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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회 맞은 KBS '개그콘서트'
900회 그리고 19년이라는 수치는 KBS ‘개그콘서트’가 지닌 무게감을 잘 보여준다. 긴 세월을 버텨내며 이 프로그램도 부침을 겪었다. 최근 들어선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반응도 예전만 못하다. 위기설이 솔솔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낙관론이 없지 않다. ‘개그콘서트’가 그간 걸어온 길이 무수한 위기를 만나 뛰어넘고 새로운 도약을 해온 과정이었다는 점에서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버라이어티쇼’라는 새로운 예능 형식이 등장하면서 ‘개그콘서트’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콩트 코미디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가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재미를 쏟아낼 때 당시 방영되던 ‘유머일번지’나 ‘쇼 비디오자키’ 같은 콩트 코미디는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리고 1990년대 초 이들 프로그램은 일제히 종영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꿈꾸던 MBC ‘웃으면 복이와요’도 결국 2년 만에 종영하면서 콩트 코미디는 명맥이 끊기는가 싶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코미디는 또 다른 길을 찾아냈다. 1999년 공개방송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한 ‘개그콘서트’가 그 주인공이다.
예능의 뿌리는 아주 오래전 유랑극단에서 만담과 콩트 코미디를 하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TV가 등장하면서 이들 유랑극단은 설 자리를 대부분 잃었다. 대신 TV 속으로 들어왔다. 서영춘, 배삼룡, 구봉서, 이주일 등은 당시 코미디를 이끌던 사람들이다.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으며 ‘웃으면 복이와요’란 대표적인 콩트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에는 ‘유머일번지’와 ‘쇼 비디오자키’가 심형래, 최양락 같은 다양한 스타 코미디언을 탄생시켰다.
그들의 이름이 잊혀질 즈음 전유성의 제안으로 전격 등장한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다. 괜찮은 코너는 살리고 반응이 없는 코너는 편집하는 경쟁시스템을 통해 코미디를 부활시켰고 거기서부터 다시 지금의 예능 생태계를 조성했다. ‘개그콘서트’란 예능의 뿌리는 현재 예능계 전체로까지 가지를 뻗고 있다. 여기서 시작해 저마다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예능인을 쉽게 꼽을 수 있다. 유재석을 비롯해 정형돈, 이수근, 김병만, 유세윤, 장동민…. 우리가 보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는 ‘개그콘서트’의 열매가 부지기수다.
콩트 코미디는 형식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방송에서 대본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대본으로 작성돼 짜이는 콩트 코미디는 지금의 리얼리티 경향엔 맞지 않는 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콩트 코미디의 존폐 위기에서 ‘개그콘서트’란 해법이 등장했듯이 이 프로그램의 한계는 또 다른 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웃음이란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바뀔 수 없는 본능적인 것이니 말이다.
‘개그콘서트’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 정도로 평가하긴 어렵다. 지난 19년간 예능의 뿌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웃을 일이 별로 없던 서민들의 웃음을 지켜왔다는 점은 어떤 가치보다 높다 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또 다른 도전을 맞고 있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이 다시 힘을 내기를 기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버라이어티쇼’라는 새로운 예능 형식이 등장하면서 ‘개그콘서트’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콩트 코미디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가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재미를 쏟아낼 때 당시 방영되던 ‘유머일번지’나 ‘쇼 비디오자키’ 같은 콩트 코미디는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리고 1990년대 초 이들 프로그램은 일제히 종영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꿈꾸던 MBC ‘웃으면 복이와요’도 결국 2년 만에 종영하면서 콩트 코미디는 명맥이 끊기는가 싶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코미디는 또 다른 길을 찾아냈다. 1999년 공개방송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한 ‘개그콘서트’가 그 주인공이다.
예능의 뿌리는 아주 오래전 유랑극단에서 만담과 콩트 코미디를 하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TV가 등장하면서 이들 유랑극단은 설 자리를 대부분 잃었다. 대신 TV 속으로 들어왔다. 서영춘, 배삼룡, 구봉서, 이주일 등은 당시 코미디를 이끌던 사람들이다.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으며 ‘웃으면 복이와요’란 대표적인 콩트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에는 ‘유머일번지’와 ‘쇼 비디오자키’가 심형래, 최양락 같은 다양한 스타 코미디언을 탄생시켰다.
그들의 이름이 잊혀질 즈음 전유성의 제안으로 전격 등장한 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다. 괜찮은 코너는 살리고 반응이 없는 코너는 편집하는 경쟁시스템을 통해 코미디를 부활시켰고 거기서부터 다시 지금의 예능 생태계를 조성했다. ‘개그콘서트’란 예능의 뿌리는 현재 예능계 전체로까지 가지를 뻗고 있다. 여기서 시작해 저마다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예능인을 쉽게 꼽을 수 있다. 유재석을 비롯해 정형돈, 이수근, 김병만, 유세윤, 장동민…. 우리가 보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는 ‘개그콘서트’의 열매가 부지기수다.
콩트 코미디는 형식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방송에서 대본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대본으로 작성돼 짜이는 콩트 코미디는 지금의 리얼리티 경향엔 맞지 않는 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콩트 코미디의 존폐 위기에서 ‘개그콘서트’란 해법이 등장했듯이 이 프로그램의 한계는 또 다른 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웃음이란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바뀔 수 없는 본능적인 것이니 말이다.
‘개그콘서트’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 정도로 평가하긴 어렵다. 지난 19년간 예능의 뿌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웃을 일이 별로 없던 서민들의 웃음을 지켜왔다는 점은 어떤 가치보다 높다 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또 다른 도전을 맞고 있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이 다시 힘을 내기를 기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