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모의 데스크 시각] 문재인식 소통과 '광화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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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모 정치부장 jang@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2일이 흘렀다. 취임식 날 야당 당사 방문,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채 참모들과의 청와대 산책, 청와대 기술직 직원들과의 3000원짜리 구내식당 점심, 관저에서 걸어서 비서동(여민관)으로 출근, 5·18 유가족과 눈물의 포옹, 세 차례 기자회견에 이르기까지. 탈권위와 소통 행보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많은 국민은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듯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국민 87%는 문 대통령이 앞으로 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춘추관 세 번 찾은 문 대통령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출입한 기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짧은 기간동안 문 대통령이 세 번씩 춘추관을 찾는 모습이었다. 춘추관은 청와대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있는 곳이다. 비서동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을 배석시키고 직접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소통의 달인’으로 평가받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인사를 발표하던 장면 그대로였다. 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인선 배경을 설명하고 나서 “혹시 질문있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질의응답이 없다’고 미리 통보받은 기자들은 잠시 허둥댔다. 문 대통령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의 춘추관 방문은 1년에 두세 차례였다. 기자들 질문을 받은 것은 신년 기자회견 때뿐이었다. 탄핵 정국에서 한 세 차례 대국민담화에서도 질문을 받지 않았다.
대통령이 각본 없이 라이브로 언론과 즉석 대화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만에 하나 말 실수라도 하면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외교 문제와 정치 현안에 대한 실언이라면 더욱 그렇다. 참모들이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자청한 것은 이런 위험까지 감수하며 내린 결단으로 볼 수 있다.
장소보다 소통의지가 더 중요
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불통과 권위의 상징인 청와대를 떠나 시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취지다. 올해 세부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예산을 확보한 뒤 2019년까지 이전할 계획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탈권위와 소통 행보를 보면 이 공약은 없던 일로 해도 될 것 같다. 집무실 이전에는 많은 예산이 든다. 국회 동의도 거쳐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과 비서동을 통합하는 청와대 공간 재배치를 추진했다가 예산낭비라는 국회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적이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청와대 회동에서 “지금처럼 여민관에서 일하면 광화문 청와대는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북악산과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문 대통령 약속은 지금의 청와대를 그대로 두고서도 가능하다. 북악산의 출입금지 구역을 확 풀고 시민들이 청와대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도록 개방하면 된다.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면 교통 통제, 통신 제한 등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광화문 시대 공약이 업적을 위한, 보여주기식이라면 더 곤란하다. 소통과 탈권위는 장소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의지에 달려 있다. 여민관 집무실을 활짝 열어 놓고 참모들과 수시로 대화하고, 지금처럼 기자들을 자주 만나면 된다.
장진모 정치부장 jang@hankyung.com
춘추관 세 번 찾은 문 대통령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출입한 기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짧은 기간동안 문 대통령이 세 번씩 춘추관을 찾는 모습이었다. 춘추관은 청와대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있는 곳이다. 비서동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을 배석시키고 직접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소통의 달인’으로 평가받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인사를 발표하던 장면 그대로였다. 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인선 배경을 설명하고 나서 “혹시 질문있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질의응답이 없다’고 미리 통보받은 기자들은 잠시 허둥댔다. 문 대통령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의 춘추관 방문은 1년에 두세 차례였다. 기자들 질문을 받은 것은 신년 기자회견 때뿐이었다. 탄핵 정국에서 한 세 차례 대국민담화에서도 질문을 받지 않았다.
대통령이 각본 없이 라이브로 언론과 즉석 대화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만에 하나 말 실수라도 하면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외교 문제와 정치 현안에 대한 실언이라면 더욱 그렇다. 참모들이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자청한 것은 이런 위험까지 감수하며 내린 결단으로 볼 수 있다.
장소보다 소통의지가 더 중요
문 대통령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불통과 권위의 상징인 청와대를 떠나 시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취지다. 올해 세부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예산을 확보한 뒤 2019년까지 이전할 계획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탈권위와 소통 행보를 보면 이 공약은 없던 일로 해도 될 것 같다. 집무실 이전에는 많은 예산이 든다. 국회 동의도 거쳐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과 비서동을 통합하는 청와대 공간 재배치를 추진했다가 예산낭비라는 국회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적이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청와대 회동에서 “지금처럼 여민관에서 일하면 광화문 청와대는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북악산과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문 대통령 약속은 지금의 청와대를 그대로 두고서도 가능하다. 북악산의 출입금지 구역을 확 풀고 시민들이 청와대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도록 개방하면 된다.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면 교통 통제, 통신 제한 등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광화문 시대 공약이 업적을 위한, 보여주기식이라면 더 곤란하다. 소통과 탈권위는 장소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의지에 달려 있다. 여민관 집무실을 활짝 열어 놓고 참모들과 수시로 대화하고, 지금처럼 기자들을 자주 만나면 된다.
장진모 정치부장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