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엄습한 '헤알화 공포'…브라질 국채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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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르, 승계 때부터 탄핵 소지
신지정학적 위험, 일희일비 자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신지정학적 위험, 일희일비 자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세계 경제와 증시가 지정학적 위험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가장 흔하게 거론하는 지정학적 위험은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지만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사용된다. 하나는 전쟁, 테러 등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지금까지 잘 알려진 ‘구지정학적 위험’이다.
다른 하나는 대규모 청년실업, 계층 간 소득격차 등이 위험수위를 넘음에 따라 기존 정치질서와 기득권에 대한 반감정 혹은 저항과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경제와 증시에 충격을 주는 ‘신지정학적 위험’이다. 정치적 포퓰리즘, 역외탈세, 비선 실세, 경제파탄, 가짜 뉴스 등 여론의 위협, 부패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개발한 세계 지정학적 위험지수(GPR·geopolitical risk index)는 역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GPR 지수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주요 언론에 언급된 비경제적 혹은 사회경제적 요인을 종합해 2000~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악화 혹은 완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다.
GPR 지수는 1차대전 당시 372포인트까지 치솟으면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뒤이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습 당시 362포인트, 2차대전 당시 346포인트,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272포인트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 간 갈등과 각국 대통령이 잇달아 탄핵에 몰리면서 GPR 지수가 300포인트대까지 급등하고 있다.
시기별로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비경제적 요인, 그 이후에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GPR 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신지정학적 위험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편승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역외탈세 의혹이 제기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경제파탄 책임이 불거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패에 연루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비선 실세가 드러난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탄핵에 몰리거나 탄핵당했다.
올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니문 기간(취임한 지 6개월)임에도 벌써 두 차례 탄핵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이달 들어서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당할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브라질 투자자에게 ‘헤알화 공포’가 재엄습하고 있다.
테메르 탄핵 문제는 지난해 8월 말 호세프가 탄핵당할 때부터 잠복돼왔다. 제도상으로 브라질은 전임자가 중도에서 그만두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자동 승계해 남은 임기(테메르의 경우 2018년말까지)를 채우도록 돼 있다. 호세프와 국정을 같이 운영한 입장에서 국민투표 없이 대통령직에 오른다면 테메르도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테메르가 시기가 문제지 반드시 탄핵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본 것은 부통령 시절부터 부패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부패’라는 동일한 사유로 호세프는 탄핵당하고 테메르는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은 불공평하지 않느냐는 탄핵 시위대의 주장이 먹히면서 브라질 국민 사이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구지정학적 위험은 ‘위기 요인’이다. 하지만 신지정학적 위험은 ‘기회 요인’이 될 가능성이 많다. 부패로 타락하고 비선 실세에 좌우되는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그 나라 경제가 재탄생될 수 있는 ‘대변화(big change)’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지정학적 위험도 탄핵이 만성화되면 구지정학적 위험보다 더 큰 위기 요인이다.
공포(VIX) 지수와의 관계를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구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면 대부분 VIX 지수가 오르지만 신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면 초기에는 오르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다. 구지정학적 위험도 금융위기 이후 국가신용등급 평가나 벤치마크 지수 산정 때 비중이 낮아져 증시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약화됐다.
지난해 호세프가 탄핵에 몰리면서 브라질 국채투자자가 30% 넘는 수익을 거둔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해외 시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테메르가 탄핵을 당한다 하더라도 부패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을 맞으면 브라질 경제는 재탄생하고 브라질 국채투자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다른 하나는 대규모 청년실업, 계층 간 소득격차 등이 위험수위를 넘음에 따라 기존 정치질서와 기득권에 대한 반감정 혹은 저항과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경제와 증시에 충격을 주는 ‘신지정학적 위험’이다. 정치적 포퓰리즘, 역외탈세, 비선 실세, 경제파탄, 가짜 뉴스 등 여론의 위협, 부패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개발한 세계 지정학적 위험지수(GPR·geopolitical risk index)는 역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GPR 지수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주요 언론에 언급된 비경제적 혹은 사회경제적 요인을 종합해 2000~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악화 혹은 완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다.
GPR 지수는 1차대전 당시 372포인트까지 치솟으면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뒤이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습 당시 362포인트, 2차대전 당시 346포인트,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272포인트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 간 갈등과 각국 대통령이 잇달아 탄핵에 몰리면서 GPR 지수가 300포인트대까지 급등하고 있다.
시기별로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비경제적 요인, 그 이후에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GPR 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신지정학적 위험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편승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역외탈세 의혹이 제기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경제파탄 책임이 불거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패에 연루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비선 실세가 드러난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이 탄핵에 몰리거나 탄핵당했다.
올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니문 기간(취임한 지 6개월)임에도 벌써 두 차례 탄핵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이달 들어서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당할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브라질 투자자에게 ‘헤알화 공포’가 재엄습하고 있다.
테메르 탄핵 문제는 지난해 8월 말 호세프가 탄핵당할 때부터 잠복돼왔다. 제도상으로 브라질은 전임자가 중도에서 그만두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자동 승계해 남은 임기(테메르의 경우 2018년말까지)를 채우도록 돼 있다. 호세프와 국정을 같이 운영한 입장에서 국민투표 없이 대통령직에 오른다면 테메르도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테메르가 시기가 문제지 반드시 탄핵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본 것은 부통령 시절부터 부패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부패’라는 동일한 사유로 호세프는 탄핵당하고 테메르는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은 불공평하지 않느냐는 탄핵 시위대의 주장이 먹히면서 브라질 국민 사이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구지정학적 위험은 ‘위기 요인’이다. 하지만 신지정학적 위험은 ‘기회 요인’이 될 가능성이 많다. 부패로 타락하고 비선 실세에 좌우되는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그 나라 경제가 재탄생될 수 있는 ‘대변화(big change)’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지정학적 위험도 탄핵이 만성화되면 구지정학적 위험보다 더 큰 위기 요인이다.
공포(VIX) 지수와의 관계를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구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면 대부분 VIX 지수가 오르지만 신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면 초기에는 오르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다. 구지정학적 위험도 금융위기 이후 국가신용등급 평가나 벤치마크 지수 산정 때 비중이 낮아져 증시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약화됐다.
지난해 호세프가 탄핵에 몰리면서 브라질 국채투자자가 30% 넘는 수익을 거둔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해외 시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테메르가 탄핵을 당한다 하더라도 부패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을 맞으면 브라질 경제는 재탄생하고 브라질 국채투자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