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이 21일 오전 강원 춘천시 라데나GC에서 열린 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전 4번홀에서 박인비(오른쪽)에게 컨시드를 주며 볼마커를 건네고 있다. KLPGA 제공
김자영이 21일 오전 강원 춘천시 라데나GC에서 열린 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전 4번홀에서 박인비(오른쪽)에게 컨시드를 주며 볼마커를 건네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7억원) 결승이 열린 21일 강원 춘천시 라데나GC(파72·6277야드). 16번홀(파3) 그린 옆에서 김자영(26·AB&I)이 어프로치 샷(두 번째 샷)을 했다. 공은 그린 위를 굴러가 컵 바로 옆에 멈춰섰다. 이를 지켜본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고개를 떨궜다. 3UP(3홀 승리)인 김자영이 파를 기록해 박인비와 비기면 남은 17, 18번홀 결과에 상관없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기 때문. 박인비는 김자영에게 컨시드를 주고 축하인사를 건넨 뒤 그린을 떠났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안은 김자영은 울먹였다. ‘돌아온 매치퀸’의 눈물이었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메이저대회들을 포함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수확하며 ‘골든슬램’을 달성한 골프여제다. 일본에서도 네 차례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KLPGA투어에선 우승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9년 동안 16차례 국내 대회에 출전, 준우승만 다섯 번 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 징크스가 깨질 듯했지만 박인비는 김자영이라는 복병을 만나 무릎을 꿇었다.

김자영은 2012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그 해에 2승을 더 추가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 5년간 우승 없이 침묵했다. 길었던 아쉬움을 이번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대회가 열린 5일 동안 7라운드를 돌며 말끔히 씻어냈다. 김자영은 우승으로 이 대회의 유일한 멀티 우승자가 됐다. 김자영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울먹이면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그토록 원했던 우승을 5년 만에 해 기쁘고 부모님을 비롯해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텨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3, 4위전에서는 김해림이 이승현을 3홀 차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