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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가입 대상을 만 18세 이상 전국민으로 확대하고, 비과세 혜택을 늘리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지난해 도입된 ISA는 ‘국민 통장’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서민 재산 증식이라는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세제 혜택을 늘리고 의무가입 기간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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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도 ISA 가입 허용해야”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ISA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기로 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가입 대상 확대 △비과세 혜택 확대 △중도인출 허용 △가입 시한 폐지 등 크게 네 가지다.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적금·주식·펀드·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만능통장’이다. 지난해 3월14일 도입됐을 때만 해도 은행과 증권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전체 가입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ISA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32만2819명으로 지난해 11월 말보다 3.4% 감소했다. 총 투자금액은 3조7598억원(계좌당 평균 162만원)으로 애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가입 요건이 까다로운 탓이다. ISA는 소득이 있는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다. 주부와 은퇴자는 여윳돈이 있더라도 ISA에 돈을 넣을 수 없다.

금투협회는 만 18세 이상이면 소득이 없어도 ISA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ISA 제도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도 가입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투협회는 비과세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개선안에 담았다. ISA 가입자는 ‘서민형’과 ‘일반형’으로 나뉜다. 총소득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면 서민형 가입자로, 나머지는 일반형으로 분류된다. 현재는 서민형 가입자는 ISA를 통해 얻은 금융수익의 250만원까지, 일반형 가입자는 200만원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이를 넘어서는 소득에는 9.9%의 세금이 분리과세된다. 금투협회는 일반형 가입자는 400만원까지 세금을 면제해주고, 서민형 가입자의 비과세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새 정부도 호의적

ISA 의무가입기간 5년도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ISA에 가입하면 무조건 5년간 투자금을 묶어둬야 한다. 사망이나 이민 등 중대 사유를 제외하면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도 자금을 인출하기 어렵다. 의무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그간 받았던 비과세혜택은 물론 이자소득도 포기해야 한다. 금투협회는 의무가입기간을 없애 중도인출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년까지로 예정된 가입 시한을 폐지해 ISA 제도를 영구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도 ISA 제도 개선에 호의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총괄했던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특보는 문 대통령 당선 전인 지난 8일 “지금의 ISA는 까다로운 가입 자격과 납입금 인출 제한, 불충분한 세제 혜택 등으로 기대와 달리 ‘국민 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며 “신형 ISA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공개했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ISA 제도가 지나친 규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며 “규제를 얼마나 풀지에 대한 협의를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SA 제도 개선 방향은 기재부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세제개편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신형 ISA 상품은 일러야 내년 초 시장에 나온다.

■ 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이나 적금은 물론 주식 펀드 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해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이 계좌를 통해 얻은 수익은 일정 한도까지 세금이 없거나 세율이 낮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