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이 정책 방향 제시, 김동연은 액션플랜 짜 실행
문재인 대통령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정통 관료 출신인 김동연 아주대 총장, 청와대 정책실장에 학자 출신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지명하면서 경제팀 ‘투 톱’의 역할 분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가에서는 정책 전반의 기조는 정책실장이, 정책 집행은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실장이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의 큰 방향을 제시하면 경제부총리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도 첫 경제팀은 학자-관료 조합이었다. 당시엔 노무현 정부 실세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정책실장, 재정경제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진표 경제부총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경제팀을 이끌었다.

장 실장은 국내 1세대 소액주주 운동가이자 재벌 지배구조 개선 주창자다. 문재인 정부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코드’가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행정 경험은 없다. 그런 만큼 각 부처의 정책 집행에 직접 ‘감 놔라, 배 놔라’ 하기보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 등의 국정 철학에 맞는 아젠다를 챙기면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정책실장은 전반적인 코디네이터(조정자)로 봐야 한다”며 “대통령(정책 방향)과 정부 부처의 (정책)실행이 일치되도록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김 후보자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조직 장악력과 정책 추진력이 뛰어나다. 이명박 정부에서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면서 정책을 집행한 경험도 풍부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장기 국정 계획인 ‘비전 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에 대한 이해도 높다. 장 실장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제시하면, 이에 맞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짜며 밀어붙이는 역할을 하는 데 김 후보자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경제팀 ‘투 톱’ 간 팀워크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관점이 뚜렷한 장 실장이 한쪽 방향으로 지나치게 밀어붙일 경우 합리적인 성향으로 소신과 강단이 있는 김 후보자와 부딪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일각의 관측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