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로바 실행 첫 화면.
네이버-클로바 실행 첫 화면.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손안의 인공지능(AI) 비서를 가질 수 있는 시대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AI 서비스가 발표되고 있다. 유행처럼 우후죽순 생겨나는 AI 비서. 뭐가 어떻게 다르고 나에게 당장 유용한 것은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최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 시리즈에 '빅스비'를 탑재했다. 검색시장 강자인 네이버도 최근 '네이버-클로바'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놨고, 구글은 지난해 개발자 회의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한참 앞서 애플은 6년전 이미 '시리'를 아이폰에 넣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들은 명령을 얼마나 잘 알아듣고 수행할 수 있을까?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서비스를 실행하거나 답을 찾아주는 방식은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말을 잘 알아듣고 똑똑하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

기자가 직접 네이버-클로바·빅스비·시리 등 3가지 서비스를 비교해봤다. 몇 가지 명령과 질문을 던져보니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확연히 구분됐다. 스마트폰 기종과 자주 쓰는 서비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빅스비는 삼성전자 '갤럭시S8 플러스'로, 네이버-클로바와 시리는 애플 '아이폰6'로 사용했다.
(왼쪽부터)네이버-클로바, 시리, 빅스비로 광화문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법을 물어봤다.
(왼쪽부터)네이버-클로바, 시리, 빅스비로 광화문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법을 물어봤다.
◆검색은 네이버…까다로운 정보도 3초만에

"○○에게 전화해줘", "문자보내줘", "△△앱 켜줘" 등과 같이 비교적 단순한 명령은 세 서비스 모두 척척 해냈다. 날씨처럼 검색이 쉬운 정보를 물었을 때도 금방 답이 돌아왔다.

좀 더 복잡한 정보 검색은 어떨까. 여기서는 네이버-클로바가 좀 더 앞선 것으로 보인다. AI에 네이버의 검색 데이터베이스(DB)와 다양한 서비스가 연동된 덕분이다. 특히 길안내, 교통상황 등 생활밀착형 정보 검색에서는 네이버-클로바가 압도적이었다.

예를 들어 "광화문에서 강남역까지 어떻게 가?"라는 질문에 네이버-클로바는 "세종대로-삼일대로-한남대로를 거치는 경로로, 11Km, 26분이 소요됩니다"라며 추천 경로를 알려줬다. 같은 목적지를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가냐고 묻자 지하철 2호선과 버스를 이용한 경로를 보여줬다.

시리도 지도 앱을 실행해 해당 경로를 보여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로는 찾아주지 못했다. 반면 빅스비에 같은 질문을 던지자 "그걸 이해하려면 더 공부해야할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달걀 요리 '에그인헬'의 레시피를 물어봤다. 네이버-클로바는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검색된 결과를 바로 보여줬다. 빅스비는 "어떤 답이 좋을까요? 고민되네요"라고 답했다.

시리는 '에그 이인혜 레시피'라는 엉뚱한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발음이 부정확했을까봐 여러 번 다시 시도해봤지만 "애교있는 레시피를 못찾겠다"며 기자를 당황하게 했다. 한국어 인식률은 네어버-클로바와 빅스비가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클로바는 이외에도 "판교에서 인당 2만원으로 회식할 곳"처럼 구체적인 조건이 붙는 정보도 3초 만에 찾아줬다. 통·번역과 영어회화 공부, 음악 추천 등 실생활에서 유용한 기능도 있었다.
네이버-클로바(왼쪽)와 시리에게 각각 '에그인헬'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명령했을 때 나온 결과.
네이버-클로바(왼쪽)와 시리에게 각각 '에그인헬'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명령했을 때 나온 결과.
◆부르면 되는 '빅스비'…범용 '클로바'는 앱 받아야

빅스비는 두 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실행해야 하는 복수 명령을 유일하게 해결했다. "지금 화면 캡처해서 동생한테 카톡 보내", "오늘 찍은 사진 엄마한테 보내"와 같은 명령도 문제가 없었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빠를 정도였다.

네이버-클로바(왼쪽)와 빅스비 로고.
네이버-클로바(왼쪽)와 빅스비 로고.
실행이 가장 간편한 것도 빅스비였다. 갤럭시S8 시리즈에서 빅스비는 별도 앱이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인식해 자동 실행됐다. '빅스비'라고 부르면 화면 하단에 파란색 빅스비 로고가 나타난다. 명령을 들을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시리는 아이폰 하단의 홈버튼을 길게 누르면 실행된다. 네이버-클로바는 앱을 켜야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상관 없이 쓸 수 있는 범용성이 강점이지만, 앱을 설치하고 쓸 때마다 켜야하는 게 번거로울 수 있다.

AI의 말투나 화법은 네이버-클로바가 가장 자연스러웠다. 음성 자체도 기계음이라기보다는 사람 목소리에 가까웠다. 애플의 시리는 띄어 읽기와 억양이 부자연스러웠다.

AI 비서 서비스는 OS와 언어 장벽을 넘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애플은 올 하반기 '아이폰8'(가제)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은 애플 아이폰에도 구글 어시스터트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 연말에는 한국어로도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람들의 습관은 생각보다 빨리 전화에서 텍스트로 넘어왔다. 스마트폰과 대화하는 시대는 그보다 더 빨리 다가올지 모른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