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제작한 ‘파천(破天)’도 하모니즘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관능적인 여인 누드화에 꿈과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추상적 화면을 곁들여 조형미를 극대화했다. 오른쪽 화면은 벌거벗은 여성의 뒷모습을 분홍색 톤으로 채색해 몽환적 분위기를 살려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몸매는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하늘을 향해 꿈틀거리고, 고개 숙인 자세는 요염하면서도 고혹적이다. 벌거벗은 여인을 누가 엿보거나, 갑자기 들이닥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아름다운 행위가 깨진다는 의미에서 작품 제목을 ‘파천’으로 붙였다.
김 화백은 평생 열정적인 몽환이라는 시각에서 여체를 주목했다. 어머니에게 업힐 때부터 여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그는 한때 포르노 배우를 작품 모델로 세워 화제를 모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