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개 부처 1415개 사업을 대상으로 한 2017년 통합재정사업 평가결과를 내놨다. 자체평가에서 ‘우수 등급’은 238개에 그쳤고, ‘보통’이 928개(65.5%), ‘미흡’은 249개(17.6%)였다. 정부는 미흡 또는 보통 등급 사업을 중심으로 253개 사업에 대해 1조1940억원의 지출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대상 사업 총예산(116조1000억원)으로 보면 1% 수준에 불과하다.

총 구조조정 규모를 평가대상 사업 총예산의 1% 내외로 제한한 평가지침부터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 의지를 의심케 한다. 더구나 미흡 사업 가운데 구조조정이 곤란한 사업은 성과관리 개선대책을 통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도 그렇다. 부처별 자체평가를 거친 뒤 일반재정은 기획재정부가, 연구개발(R&D)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역발전사업은 지역발전위원회가 했다는 메타평가 결과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일반재정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국가보훈처 등이, R&D에서는 기상청이, 지역사업에선 중소기업청이 미흡 부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해당 부처가 얼마나 구조조정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중소기업청은 곧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된다는 마당이다.

공무원과 조직을 놔두고 사업만 구조조정해 봐야 헛일임은 일찍이 파킨슨이 경고한 대로다. 공무원과 그 조직은 사업규모에 관계없이 늘어나며, 세금 등 수입이 있는 한 무한팽창할 것이라는 파킨슨 법칙은 어느 나라 어느 정권이든 예외가 없다. 구조조정도 잠시, 어느새 유사 사업이 등장하며 공무원도 조직도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공무원과 조직은 또 새 일거리를 만들어낸다.

이러니 줄줄 새는 국가 보조금 사업이 널린 것도 당연하다. 부처마다 벌이는 R&D사업이 ‘중복투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수요자인 중소기업조차 뭐가 있는지 다 모른다고 할 정도다. 지출 구조조정 규모를 더 늘리고 보통·미흡 평가 사업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와 조직, 공무원도 함께 구조조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재정운용의 효율성·효과성을 높이겠다는 것은 거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