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 1층 점포에 점포정리, 임차인 모집 등을 알리는 글이 붙어 있다. 김형규 기자
23일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 1층 점포에 점포정리, 임차인 모집 등을 알리는 글이 붙어 있다. 김형규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최대 30%까지 낮추기로 했다. 갈수록 위축되는 압구정 로데오상권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다.

압구정동 주민센터와 30여 명의 건물주 및 상인들이 구성한 로데오상권 활성화 추진위원회는 임대료를 고점 대비 20~30% 낮추고 장기간 인상을 자제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23일 밝혔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로데오거리에 건물을 가진 6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임대료를 공실률이 낮아질 때까지 인상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하에 나선 것은 상권 침체 때문이다.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로데오거리 메인도로 건물 공실률은 30~40%에 달한다. 길게는 2년 가까이 비어 있는 곳도 있다. 현 임대료(전용 33㎡ 기준)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70만~400만원 수준으로, 2년 전보다 10~20% 떨어졌다.

압구정 로데오상권이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인근 가로수길이 뜨면서 로데오거리 유동인구가 줄어들었다. 2012년 개통한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은 유입인구를 불러오기는커녕 유동인구가 다른 상권으로 빠지는 통로가 됐다. 이에 따라 2009년 이전 80% 가까이 차지한 특색 있는 의류매장, 로드숍, 종합멀티숍은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 빈자리를 음식점, 레스토랑 등이 채우고 있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압구정 로데오상권만의 특색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저렴한 임차료에 끌려 음식점이 추가로 들어온다고 해서 예전 명성을 회복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