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뒤집다…화장품 전문가가 바꾼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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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판매대 없앤 양평점
아모레 디자이너 서현선 씨 영입…김종인 대표 "다 해봐라" 지원사격
마트 1층을 숲으로 꾸미며 파격…황각규 사장 방문 '디테일' 주문도
방문객 70% 늘자 양평모델 확대
아모레 디자이너 서현선 씨 영입…김종인 대표 "다 해봐라" 지원사격
마트 1층을 숲으로 꾸미며 파격…황각규 사장 방문 '디테일' 주문도
방문객 70% 늘자 양평모델 확대
‘화분에 물 주기, 노숙자 관리하기, 번호표 뽑아주기.’
김창조 롯데마트 서울 양평점장이 요즘 가장 신경 쓰는 일이다. 다른 점장들이 하는 업무와는 많이 다르다. 양평점이 기존 롯데마트와 다른 콘셉트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문을 연 양평점에는 화분만 200여 개에 이른다. 1층에 상품 판매 매대를 없애고 실내 공원처럼 꾸몄다. 수백 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인근 직장인과 주민뿐 아니라 노숙자들도 종종 들른다. 강가, 마이타이 등 맛집이 들어서 긴 줄이 생기자 번호표를 주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즐겁다고 했다. “다른 점포에 비해 방문객이 70% 정도 많다”고 말했다. 이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아모레퍼시픽 출신 디자이너다.
기존 매장 대비 방문객 70% 늘어
롯데마트에는 ‘혁신’이란 단어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 평가가 많았다. 핵심 전략은 매장 수를 최대한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실적도 썩 좋지 않았다. 중국에선 막대한 적자가 났고, 국내 상황도 점점 나빠져 갔다. 경쟁사 이마트가 꾸준히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것과 비교되기도 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이대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8월 ‘화장품 기획 전문가’ 서현선 상무를 영입했다. 관성에 물든 내부가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매장을 보고, 바꾸기 위해서였다. 디자이너 출신인 서 상무는 아모레퍼시픽에서만 21년을 근무했다.
서 상무가 주도한 첫 작품이 양평점이다. 이곳은 롯데 계열사가 물류 창고로 쓰던 곳이었다. 서 상무는 조사를 끝낸 뒤 결론을 가져왔다. “롯데마트를 여는데, 1층을 도심 속 숲 콘셉트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쉴 곳이 없는 주변 지역 특성을 감안해 휴식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내부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1층에서 하루에 얼마를 파는데 그 매출을 희생하느냐,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었다. 주변에 10여 개 대형마트가 있어 ‘실험형 매장’을 여는 건 무모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대표는 서 상무의 손을 들어줬다. “하고 싶은 만큼 해보라”고 했다.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직원들 앞다퉈 아이디어 제시
결정이 되자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말 꺼내기 어려워하던 직원들도 평소 바꾸고 싶은 것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외벽에 패널을 붙이지 말고 친환경 벽돌을 써보자’ ‘식품 매장에서 구입한 고기를 그 자리에서 바로 요리해 먹게 하자’, ‘종이 가격표를 전자 디스플레이로 대체하자’는 등이었다. 직원들 스스로도 변화를 원하고 있었고, 새로운 매장 콘셉트는 이를 자극했다. 직원 의견 대부분이 양평점에 반영됐다.
지난 10일엔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갑자기 양평점을 찾았다. 그룹 2인자 황 사장은 한 시간 넘게 매장을 둘러봤다.
황 사장은 보고만 받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내놨다. 점심때 입점한 식당들의 긴 줄을 보고는 “번호표를 나눠줘 고객들이 좀 더 편하게 기다릴 수 있게 하라”고 했다. 지하 2층 신선식품 코너에 멈춰 서선 “상추 포장에 구멍을 더 뚫어야 신선도가 높아질 것 같다”고도 했다. “혼밥족 코너를 더 잘 보이게 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냈다. 그룹의 2인자가 다녀갔다고 하자 며칠 뒤 60여 명의 그룹 임원이 양평점에 찾아왔다. 롯데마트가 시도하고 있는 혁신을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롯데마트는 양평점 모델을 확산하기로 결정했다. 하반기 문을 여는 서울 서초점도 1층 절반을 비워 양평점과 비슷한 ‘작은 숲’을 만들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롯데마트 양평점이 혁신의 성공 사례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김창조 롯데마트 서울 양평점장이 요즘 가장 신경 쓰는 일이다. 다른 점장들이 하는 업무와는 많이 다르다. 양평점이 기존 롯데마트와 다른 콘셉트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문을 연 양평점에는 화분만 200여 개에 이른다. 1층에 상품 판매 매대를 없애고 실내 공원처럼 꾸몄다. 수백 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인근 직장인과 주민뿐 아니라 노숙자들도 종종 들른다. 강가, 마이타이 등 맛집이 들어서 긴 줄이 생기자 번호표를 주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즐겁다고 했다. “다른 점포에 비해 방문객이 70% 정도 많다”고 말했다. 이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아모레퍼시픽 출신 디자이너다.
기존 매장 대비 방문객 70% 늘어
롯데마트에는 ‘혁신’이란 단어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 평가가 많았다. 핵심 전략은 매장 수를 최대한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실적도 썩 좋지 않았다. 중국에선 막대한 적자가 났고, 국내 상황도 점점 나빠져 갔다. 경쟁사 이마트가 꾸준히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것과 비교되기도 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이대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8월 ‘화장품 기획 전문가’ 서현선 상무를 영입했다. 관성에 물든 내부가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매장을 보고, 바꾸기 위해서였다. 디자이너 출신인 서 상무는 아모레퍼시픽에서만 21년을 근무했다.
서 상무가 주도한 첫 작품이 양평점이다. 이곳은 롯데 계열사가 물류 창고로 쓰던 곳이었다. 서 상무는 조사를 끝낸 뒤 결론을 가져왔다. “롯데마트를 여는데, 1층을 도심 속 숲 콘셉트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쉴 곳이 없는 주변 지역 특성을 감안해 휴식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내부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1층에서 하루에 얼마를 파는데 그 매출을 희생하느냐,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었다. 주변에 10여 개 대형마트가 있어 ‘실험형 매장’을 여는 건 무모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대표는 서 상무의 손을 들어줬다. “하고 싶은 만큼 해보라”고 했다.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직원들 앞다퉈 아이디어 제시
결정이 되자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말 꺼내기 어려워하던 직원들도 평소 바꾸고 싶은 것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외벽에 패널을 붙이지 말고 친환경 벽돌을 써보자’ ‘식품 매장에서 구입한 고기를 그 자리에서 바로 요리해 먹게 하자’, ‘종이 가격표를 전자 디스플레이로 대체하자’는 등이었다. 직원들 스스로도 변화를 원하고 있었고, 새로운 매장 콘셉트는 이를 자극했다. 직원 의견 대부분이 양평점에 반영됐다.
지난 10일엔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갑자기 양평점을 찾았다. 그룹 2인자 황 사장은 한 시간 넘게 매장을 둘러봤다.
황 사장은 보고만 받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내놨다. 점심때 입점한 식당들의 긴 줄을 보고는 “번호표를 나눠줘 고객들이 좀 더 편하게 기다릴 수 있게 하라”고 했다. 지하 2층 신선식품 코너에 멈춰 서선 “상추 포장에 구멍을 더 뚫어야 신선도가 높아질 것 같다”고도 했다. “혼밥족 코너를 더 잘 보이게 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냈다. 그룹의 2인자가 다녀갔다고 하자 며칠 뒤 60여 명의 그룹 임원이 양평점에 찾아왔다. 롯데마트가 시도하고 있는 혁신을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롯데마트는 양평점 모델을 확산하기로 결정했다. 하반기 문을 여는 서울 서초점도 1층 절반을 비워 양평점과 비슷한 ‘작은 숲’을 만들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롯데마트 양평점이 혁신의 성공 사례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