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바흐 '푸가의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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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푸가의 기법’(1750년 작)은 바흐의 마지막 작품이다. 평범해 보이는 주제선율 위에 대위법의 금자탑이라 할 만한 14곡의 푸가와 4곡의 카논을 쌓아 올렸다.
만년의 바흐는 건강 악화로 거의 실명에 이르렀다. 당시의 낮은 의료 수준에도 불구하고 수술에 도전했지만 결국 양쪽 시력을 모두 잃고 65세에 세상을 떠났다. 투병 중 산물인 만큼 이 곡에선 삶의 기쁨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신에게 다가가려는 노대가의 경건함이 지배한다. 악기도 지시돼 있지 않다. 연주용이라기보다 푸가의 모든 기법을 후대에 남기려는 뜻에서 썼기 때문이리라. 80분쯤 흐른 후 삼중 푸가 도중에 갑자기 곡이 중단되는 것은 더 이상 작곡이 진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흐가 어떤 상황에서 펜을 놓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거인이 고목처럼 쓰러지는 것 같아 애통하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