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로펌 중 한 곳인 A로펌에는 최근 대기업들의 자문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 내부거래나 협력사 납품단가 인하, 골목상권과 관련된 가맹점·대리점법 등을 둘러싼 궁금증들이다. 이 로펌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행대로 해오던 것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며 “새 정부 초기에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안 된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으로 이른바 ‘검찰개혁’이 가속화하자 향후 검찰 움직임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윤 지검장은 기업인 범죄에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수세에 몰린 검찰 조직이 국면 전환을 위해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 사정에 나설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거치며 주요 기업의 정보를 대거 쌓아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당시 수집한 자료로 언제든 별건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4대강 사업과 삼성물산 위장 계열사 논란 등 과거에 조사가 끝난 것도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문제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안도 언제든 조사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조사에 들어가 큰 문제가 없더라도 다른 사안을 별건수사로 엮어 넣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2012년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처음 수사에 들어간 차명계좌와 관련해서는 무혐의를 받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계열사 부당 지원과 관련한 배임혐의가 드러나며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업조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목소리가 높아진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부담이다. 검찰이 과거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성격의 고발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검찰의 첫 번째 대기업 수사였던 SK그룹의 주식 부당 내부거래 의혹도 참여연대의 고발로 촉발됐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