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서울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을 메운 이들은 ‘세월호 유족’이나 ‘촛불 집회’ 참가자가 아니다. 지난 22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선하청노동자해고저지위원회 등 노동단체들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붕괴사고 이후 ‘위험업무 외주화 금지 입법’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23일엔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가 ‘일방해고 철회 촉구’ 농성을 벌였다. 오는 27일에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내걸고 ‘촛불 요구 실현 결의대회’를 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정규직 전환 △구조조정 중단 △해고자 복직 △4대강 보 해체 등을 요구하는 노동·이익·시민단체들의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전국에서 하루 10여 건의 관련 집회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정치적 참여와 분배 욕구가 들끓던 시절을 방불케 한다. 진보 성향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비슷한 성향 단체들이 그동안 보수정권에서 해소하지 못하던 요구사항을 일거에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경영에 부담을 주는 노동·고용 관련 주장이거나 개별 기업을 압박하는 ‘민원성 시위’여서 해당 기업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부 시위자는 납품단가 부당 인하 철회와 상가 피해보상 촉구 등을 요구하며 특정 기업 총수의 집 앞에까지 몰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속앓이만 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씨 등 강성 인물을 포진시키면서 경제계 전체가 바짝 얼어붙고 있다”고 전했다.

강현우/이현진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