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생들과 통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 학생이 통일은 그저 하나의 이상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인 것 같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학생은 지금 청년 세대는 분단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이 본래 하나의 국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통일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통일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통일을 피해 갈 수는 없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통일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또 저마다 상상하는 통일 한국을 얘기했다. 경제적인 얘기가 많았다. 남북한이 통일되면 30~40년 내에 프랑스, 독일, 일본을 능가할 것이라는 2009년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대해 얘기하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구 8000만 명의 중견 국가가 돼 내수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천연자원과 관광자원이 풍부해질 것이다’ ‘핵 문제가 사라질 것이다’ ‘다양한 가능성의 사회가 될 것이다’ 등. 그런 한편 북한 시가지 개발, 북한 주민 교육 참여, 배낭여행 같은 개인적인 바람도 털어놓았다. 청년들이 갖고 있는 통일 한국의 모습과 희망사항은 대체로 밝고 긍정적이었다.

최근 통일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이런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이다. 이들이 통일 시대를 살아갈 주역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 그리고 젊은이들이 통일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통일 시대를 준비하려면 통일이 허상이 아니라 개인의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통일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통일교육주간이 진행되고 있다. 통일교육주간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통일 미래를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 매년 5월 넷째 주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캠페인이다. 토론, 특강, 전시회,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모든 이상은 일상과 만났을 때 현실이 된다. 통일이 그저 하나의 이상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인 것만 같다면 통일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이금순 < 통일교육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