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토리] '비번' 걸린 상점 와이파이를 걸어다니며 쓸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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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와이파이 공유 서비스 구현한 파이언스
광고 보면 와이파이 비번 공유…소상공인-행인 '윈윈' 이끌어내
서울 시내 7만개 상점 돌며 홍보
잡상인 취급도 여러 번 받았지만 출시 2년 만에 12만 회원사 유치
개개인 동선·소비패턴 활용해 정보 플랫폼으로 키우는 게 꿈
광고 보면 와이파이 비번 공유…소상공인-행인 '윈윈' 이끌어내
서울 시내 7만개 상점 돌며 홍보
잡상인 취급도 여러 번 받았지만 출시 2년 만에 12만 회원사 유치
개개인 동선·소비패턴 활용해 정보 플랫폼으로 키우는 게 꿈
![Getty Images Bank](https://img.hankyung.com/photo/201705/AA.13969382.1.jpg)
모두가 원하는데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할 일이다. 하지만 통신비 인하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이슈다. 스타트업이 엄두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이 과제를 풀어내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아이디어만 참신한 게 아니다. 놀라운 실행력으로 서비스를 구현해냈다. 와이파이 공유 서비스인 ‘프리파이’를 운영하는 파이언스 이야기다.
발로 뛰어 실행해낸 탁월한 아이디어
![유재홍 파이언스 대표와 직원들이 와이파이 공유 서비스인 ‘프리파이’를 소개하고 있다. 파이언스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1705/AA.13969335.1.jpg)
이해가 가더라도 실행 방안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가장 먼저 생각되는 문제점이 ‘어떻게 길가 상점들과 일일이 협의할 것인가’다. 서비스가 제대로 되려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끊기지 않고 와이파이를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길가 상점들이 모두 와이파이를 제공해줘야 한다. 상점들은 대부분 와이파이에 비밀번호를 걸어놓기 때문이다.
유재홍 파이언스 대표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유 대표의 답은 간단했다. “서울 시내에서 7만여 개 상점을 일일이 돌아다녔습니다.” 듣고도 믿기 힘든 대답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재차 물었다. “직원 열 명이 하루에 몇십 군데씩 1년쯤 돌아다니면 되긴 됩니다. 잡상인 취급도 여러 번 받고 찾아갔더니 아르바이트생만 있어서 허탕친 경험도 많습니다만….”
사용자 7만 명 넘게 모아
![[스타트업 스토리] '비번' 걸린 상점 와이파이를 걸어다니며 쓸 수 있다고?](https://img.hankyung.com/photo/201705/AA.13976195.1.jpg)
그래서 창안해낸 서비스가 프리파이다. 소상공인들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행인에게 공유한다. 그리고 그 망을 쓰는 행인에게 광고를 한다. 잘만 서비스하면 행인과 소상공인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처음엔 일단 홍대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상점이 노변에 밀집해 있고, 그 동네 ‘주인’인 대학생들은 통신비 인하에 대한 수요가 크다. 홍대 쪽을 어느 정도 정리하니 주변 동네에도 입소문이 퍼졌고 예상보다 쉽게 회원사를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재 12만여 개 점포를 회원사로 확보했다. 일부는 입소문을 듣고 알아서 가입했고, 일부는 대형 프랜차이즈 회사와 계약하면서 한번에 흡수됐다. 서비스 출시(2015년 6월 베타버전 출시) 2년여 만에 7만 명 이상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를 모았다. 와이파이 접속 횟수로는 월 5000만 건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발로 뛰는 노력 끝에 결실을 거둔 것이다.
투자자들도 유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을 인정했다. 파이언스는 벤처캐피털 더벤처스와 삼성벤처투자에서 자금을 유치했다.
“정보 플랫폼으로 키울 것”
이용자 수만 충분히 늘어난다면 다양한 광고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용자가 홍대에 오후 1시에 도착했다고 치자. 버스에서 내려 홍대 근처 와이파이를 잡으면 파이언스 측이 알 수 있다. 이 사용자는 아직 점심을 안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즈음 한 식당은 점심시간이 지난 1시에도 그날 준비한 식재료를 다 못 썼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해당 사용자에게 ‘점심식사 50% 할인쿠폰’을 보낼 수 있다. 식당 입장에서는 어차피 버려질 식재료를 활용해 좋고, 사용자는 반값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
궁극적인 목표는 프리파이를 정보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다. 개개인의 동선과 소비 패턴이 파악된다면 활용할 수 있는 건 광고 말고도 많다. 개인화된 콘텐츠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보내주면서 부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
유 대표는 LTE 등 통신서비스를 아예 대체하는 게 목표는 아니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서울시내 모든 매장과 제휴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 서비스가 통신 서비스와 공존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 10만원대 통신비를 쓰는 소비자가 6만원만 내고도 현재와 비슷한 인터넷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앞으로 동영상의 퀄리티가 계속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통신 사용량은 점점 늘어날 겁니다. 역설적으로 그럴수록 프리파이의 진가가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