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작지만 강한, 디테일의 힘
“신은 디테일에 있다.” 근대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성공비결에 대해 남긴 말로 유명하다. 특별함과 평범함을 가르는 힘은 사소함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이 사소함의 힘이 2008년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던 일본 낫토 시장에 커다란 이변을 불러일으켰다. 시장 후발주자로 뒤늦게 출시된 한 낫토 제품이 6개월 만에 일본 전 인구가 1.5개씩 먹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이다. 해당 제품을 내놓은 회사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로 등극했다. 바로 미즈칸의 ‘아랏벤리 포장 낫토’다.

일반적인 낫토 제품은 발효콩과 간장, 소스 등이 별도로 포장돼 있다. 번거로울 뿐 아니라 소스 비닐 포장을 뜯을 때 손에 묻고 옷에 튀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돼 어느 식품업체도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 미즈칸은 2년 연구 끝에 별도 포장이 필요 없는 젤리 형태의 소스를 선보였다. 포장을 뜯어 소스를 비비고 먹을 준비를 마치는 데 10초면 충분하다고 알려지며 ‘낫토는 먹기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뒤집었다. 사소한 것에 대한 통찰과 발상의 전환이 성공의 열쇠가 된 것이다.

디테일의 힘은 인간관계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사소한 위로 한마디가 인생을 바꾸고, 어떤 말 한마디가 절망의 계기가 된다. 필자는 각종 모임에서 건배사를 제의받을 때가 많다. 처음엔 별다른 고민 없이 흔한 건배사를 외치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건배사는 단순히 술자리 흥을 돋우는 구호가 아니었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소통 수단이었다. 짧지만 의미 있는 건배사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격려가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호감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 모임의 목적과 특성, 참석자 성향 등에 맞는 건배사를 준비한다. 필자의 사소한 노력으로 외쳐지는 건배사 한마디가 사람들에게 작은 즐거움과 의미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켈란젤로는 “완벽함은 결국 사소한 부분에서 나온다. 그러나 완벽함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혁신은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이런 디테일은 고객의 작은 소리에도 집중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5월은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된 달이다. 작지만 강한 디테일의 힘으로 활짝 열릴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를 희망해본다.

임정배 < 대상 대표 limjungbae@daes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