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기기업체 기술력 뛰어나…개발스토리 어필해야 인허가 쉬워"
김도현 BT솔루션즈 대표(48·사진)는 25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FDA의 인허가를 받기 위한 지름길을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FDA에서 11년 동안 의료기기 연구심사관으로 지내며 수술용 현미경, 내시경 등 광학 의료기기 인허가 업무를 총괄했다.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해 10월 FDA 인허가 노하우를 컨설팅해주는 BT솔루션즈를 세웠다.
김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 애를 먹는 것은 FDA 인허가 절차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 의료기기 수출(29억달러)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은 17%에 그쳤다. 그는 “FDA 인허가 심사관들은 제도상의 요건뿐 아니라 해당 기술의 개발 과정까지 두루 따진다”며 “한국 업체들 상당수는 FDA 심사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허가 소요 기간이 길어지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FDA의 두터운 벽을 열 수 있는 열쇠로 ‘설득력’을 꼽았다. 기술은 좋지만 그 기술을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어 인허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A와 B라는 기능이 있다면 그것을 입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A와 B라는 기능이 어떤 계기로 개발됐고 이 기술들이 어떤 연관을 갖는지 등을 유기적으로 설명해 심사관들을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개발 단계부터 어떤 절차를 거쳐 개발이 완료됐는지를 기록해 두는 것도 중요한 팁”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광학소자인 퀀텀닷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물리학자다. 그의 인생 항로가 바뀐 것은 2000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박사후 연구원(포스트 닥터)으로 나갔다가 의료용 현미경 연구로 분야를 바꿔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배운 지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존스홉킨스대 박사과정 동안 인턴을 한 인연으로 2006년 학위를 받은 뒤 FDA에 들어갔다. 정년이 따로 없는 FDA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11년 만에 그만둔 것은 한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원은 두 명의 기술 컨설턴트를 포함해 네 명이다.
김 대표는 컨설팅 업무와는 별도로 정부기관, 대학병원, 연구소, 기업 등의 강연 요청도 마다하지 않는다. FDA에서 일하며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그는 “귀국 후 만난 국내 연구자들과 기업들의 상당수는 기술력에선 결코 해외 업체들에 뒤지지 않는다”며 “초기 개발 단계부터 해외 인허가를 염두에 두면 해외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