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5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 포함된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 규정은 일단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3년 일몰 기한(9월 말)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문재인 정부가 일몰 전 조기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올해 9월 말 이전 폐지가 확실시된다.

헌재는 합헌 결정 이유에 대해 “일부 이용자가 종전보다 적은 액수의 지원금을 지급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런 불이익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해 이동통신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공익이 매우 중대하다”고 설명했다. 지원금 상한제로 생긴 공익이 일부 시장의 부작용보다 더 크다는 게 헌재 측 판단이다.

지원금 상한제는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소비자 간 보조금 차별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2014년 10월1일 시행된 단통법의 하위 규정이다. 애초 조해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입법 초안에는 없었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 심사소위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통신사 간 과잉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시행 초기부터 업계 일각에선 “기업 마케팅비를 억지로 묶어두겠다는 반(反)시장주의적 정책”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 단통법에선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지원금 상한액의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한다. 방통위는 25만~35만원에서 상한선을 정해 공고하도록 하는 고시를 제정했다. 법 시행 첫해 30만원으로 정해진 상한액은 2015년 4월 33만원으로 오른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 조항 중 유일하게 3년 뒤 사라지는 일몰제로 지정됐다. 오는 9월 말 일몰이 찾아오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조기 폐지를 공약해 지원금 상한제의 효력은 이보다 일찍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변재일·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지원금 상한제 폐지 내용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달 29일 개원하는 6월 임시국회에서 미방위가 이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선고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는 2014년 10월 헌법소원을 접수했지만 2년8개월이나 걸려 결정을 내렸다. 로펌 관계자는 “헌재는 규정상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 선고해야 한다”며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던 제도인 만큼 되도록 빨리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정호/김주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