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굿즈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돌 위주였던 굿즈 시장에서 정치인이 새로운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굿즈 시장 추정 규모는 1000억원대로 걸그룹 또는 보이그룹 등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형성돼왔다.
굿즈란 기업이나 연예인들이 팬을 대상으로 디자인해 내놓는 상품을 뜻한다. 아이돌그룹 콘서트에서 쓰는 응원봉과 응원티셔츠를 비롯해 에코백, 텀블러, 탄산수까지 다양하다.
아이돌이 지배하던 굿즈 시장에서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건 정치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입은 재킷과 그가 쓴 안경, 좋아하는 커피 레시피 등 대통령과 관련한 굿즈가 인기다. '문템' '이니굿즈''달님굿즈'라는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문재인 등산복'이라 불리며 화제를 모은 'B가디언재킷'을 재출시했다. 2013년 출시된 제품이었지만 출시 요구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4일 블랙야크몰을 통해 'M가디언재킷'을 사전 예약을 받은지 1시간 만에 300벌이 완판됐다. 추가로 300벌에 대해 예약을 받았고, 2차분도 모두 판매했다. 이 제품 가격은 9만8000원이다.
이 재킷은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기자들과 북악산에 오를 때 입었던 오렌지 컬러의 옷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대선 투표를 마치고 김정숙 여사와 자택 뒷산에서 휴식을 즐길 때도 이 재킷을 입었다.
문 대통령이 쓰는 안경은 덴마크 린드버그사의 모르텐 제품으로 70~80만원 대 고가지만 판매량이 두 배 가량 늘었다.
야당 원내대표와 회동할때 착용한 '강치넥타이'도 매진됐다. 소기업 두레샘의 브랜드 이응크레이션스가 112주년 독도 주권 선포의 날을 기념해 만든 제품이다. 가격은 5만5000원이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근 정치인 굿즈 확산은 대통령을 '지지한다' 닮고싶다'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들었던 가방도 대중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당시 안 후보가 선거 유세를 위해 백팩을 메고 지하철을 타며 다닌 모습에 네티즌들은 그의 가방 브랜드를 직접 찾아내기도 했다. 안철수 백팩은 랜드로바 제품으로 가격은 8만원대였다.
정치인 굿즈 상품이 떠오른 원인 중 하나는 정치권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대중과 거리를 좁히고 소통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 과정에서 SNS를 통해 지지자들과 폭넓게 소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대중들 사이에서 팬덤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정치권은 대중과 거리를 두면서 애용하는 옷 등을 공개하길 꺼려했다"며 "최근엔 SNS 소통이 늘면서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정치적 관심을 문재인 정부도 잘 활용하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인 굿즈시장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3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쓴 캐리어는 때 아닌 입소문을 탔다.
김 의원은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는 입국장에서 자신의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캐리어를 밀어 넘겼다. 이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노룩패스'란 이름으로 해당 캐리어가 관심 대상에 올랐다. 이 캐리어는 오르넬리 제품으로 1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노룩패스 자율주행 기능 없다고 두 번 말했다"고 게시하기도 했다. #소문은_무성 #바퀴는_스무성이라고 해시태그도 달았다. 해당 글은 1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댓글은 2000개나 달렸다.
G마켓 관계자는 "해당 캐리어의 구매가 늘거나 인기검색어에 오르는 등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면서도 "예상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인터넷 상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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