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겨울엔 설국, 여름엔 화원…삿포로에 꽃보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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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추천하는 여행지 (1) 일본 삿포로
홋카이도 도청 구본청사·시계탑 등 과거 아름다움 간직한 건축물 눈길
오도리 공원, 형형색색 꽃밭 화사…삿포로 맥주박물관서 맥주 시음
시로이코이비토 과자공장 들어서면 유럽 궁전 같은 이국적 풍경
홋카이도 도청 구본청사·시계탑 등 과거 아름다움 간직한 건축물 눈길
오도리 공원, 형형색색 꽃밭 화사…삿포로 맥주박물관서 맥주 시음
시로이코이비토 과자공장 들어서면 유럽 궁전 같은 이국적 풍경
삿포로의 여름은 어떤 모습일까? 삿포로(札幌)는 겨울이 아름다운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수년 전, 처음 방문한 2월의 삿포로는 상상했던 그대로 눈 덮인 세상이었다. 삿포로 신치토세 국제공항에서 삿포로 시내로 들어가는 기차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끝이 없어 보이는 하얀 세상이었다. 지붕 위에 높다랗게 쌓인 눈의 높이는 사람 키를 훌쩍 넘을 듯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동화 속 한 페이지 같은 눈 덮인 마을에 마음을 빼앗겨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때는 눈을 걷어낸 삿포로의 여름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특별할 게 없을 거라고만 생각했던 삿포로의 여름은 생각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천혜의 자연환경 자랑하는 삿포로
“손님 여러분, 삿포로 신치토세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활주로에서 속도를 줄이는 가운데 기내에 방송이 울려 퍼진다. 승무원으로서 근무할 때는 ‘잘 도착했구나. 이제 손님들을 목적지에 잘 내려드리고 비행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여행객으로 이 방송을 듣는다면 고대하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새로운 곳에 곧 발걸음을 내디딜 거라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함께 여행을 앞둔 설렘에 벅차오를 것이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비에 걱정되기도 했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초여름의 삿포로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삿포로의 여름은 비가 자주 오고 일교차가 심하지만, 우리나라의 한여름 폭염에 비해 쾌적하고 의외로 시원하다. 연중 가장 짧은 삿포로의 여름은 가장 덥다는 8월에도 평균 최고기온이 27도를 넘지 않는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홋카이도는 볼거리가 넓은 지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기차로 40여 분 거리인 오타루나 요이치 등 근교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기차나 차편으로 상당히 오래 이동해야만 한다. 삿포로 시내를 제외한 교외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일정을 여유있게 짜야 한다.
홋카이도의 중심인 삿포로는 일본에서 인구 규모로는 다섯 번째로 큰 대도시이며, 구획 정리가 잘돼 있는 계획도시다. 이정표도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걸어서 다니기에도 부담 없다.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어 시내 몇몇 관광지만 둘러볼 계획이라면 하루면 충분하다.
현대적인 시설, 과거의 건축물 섞인 삿포로 백화점, 쇼핑가, 호텔 등이 밀집한 삿포로역은 기차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교통의 중심지다. 여름이면 라벤더, 가을이면 단풍이 유명하다는 비에이와 후라노, 온천지역인 노보리베쓰, 유리공예로 유명한 근거리의 오타루와 니카위스키 양조장이 있는 요이치 같은 홋카이도의 유명 관광지로 가는 모든 교통편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에 비해 숙박시설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외에도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돼 본인의 여행 목적과 일정에 맞는 숙소를 고르기 쉬워졌다. 앞서 언급한 도시보다 규모가 작다 뿐이지 삿포로역을 중심으로 기차든 버스든 아무거나 타고 이동하기 쉽다. 오히려 지나치게 복잡한 도쿄나 오사카의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에 비해 삿포로는 상대적으로 단순해 이용하기 편하다.
삿포로에서 인상적인 것은 도로 곳곳에 깔린 열선이었다. 열선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설치한 것으로 도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삿포로는 또한 지하도가 발달돼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었다. 지하철 역과 역 사이를 연결하는 지하도는 쇼핑가, 식당, 갤러리, 쉼터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시설들이 지하 곳곳에 있는 것과는 달리 지상에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미국 네오바로크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가 대표적인 건물이다. 250만 개의 빨간 벽돌로 지어져 아카렌가라는 애칭을 가진 건물이다. 삿포로역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도착한다.
1세기를 함께한 삿포로 시계탑
삿포로의 또 하나 랜드마크는 홋카이도 구 본청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삿포로 시계탑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삿포로 시민과 함께한 의미 있는 시계탑으로 아카렌가와 더불어 삿포로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손꼽힌다. 지어진 지 100년이 지난 미국 건축양식의 이 목조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 더 가치 있게 빛난다. 시계탑은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인형의 집, 혹은 과자의 집 같아 보인다.
도심 한가운데 시냇물이 흐른다. 이시카리 강의 지류 중 하나인 인공하천, 소세이가와다. 소세이가와는 강이라기보다는 시냇물에 가까워 한국의 청계천과 비슷하지만, 인공하천치고는 좀 더 수수한 멋이 있다. 애써 화려하게 꾸며놓지 않았지만, 건물 숲 사이의 물길과 가로수만으로도 삿포로 시민에게 도심 속에서 좀 더 가까이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삿포로 TV탑도 보인다. 일본의 다른 도시에서 본 도쿄타워, 오사카 쓰텐카쿠, 나고야 TV타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철골탑이 여기 삿포로에도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사진보다는 실물이 훨씬 볼 만하다. 전망대의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를 통해 삿포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인기 있는 장소다.
오도리 공원의 화사한 아름다움
오도리 공원은 삿포로시 한가운데 있다. 여름에는 맥주 페스티벌인 ‘비어가든’, 겨울에는 세계 3대 눈축제 중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삿포로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오도리 공원은 여름이면 활짝 핀 형형색색의 꽃과 라일락 향기가 가득한 정원의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도심 곳곳에 정성스럽게 가꿔진 화단과 꽃밭은 하얀 눈의 이미지였던 삿포로를 알록달록하게 채색한다. 파란 하늘 아래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는 분수 앞에서 어린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더없이 청량하다. 오도리 공원의 상징적인 동상 주변으로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이렇게 다채로운 색의 꽃으로 꾸며진 화단과 아름다운 조각들로 장식된 이 공원은 현대적으로 조성된 계획도시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오도리 공원에서는 맥주 페스티벌 비어가든이 열린다. 이 페스티벌의 주인공 격인 삿포로 맥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삿포로역에서 버스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삿포로 맥주박물관을 방문해보자. 근대 일본 맥주산업의 역사와 발전, 각종 변천사 등을 알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는 박물관이다. 입장료 없이 박물관 내외부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30분 간격으로 진행하는 프리미엄 투어-견학코스도 있는데 영어와 일본어로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아름답게 조성된 정원 사이에 서 있는 빨간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원통 맥주 저장창고도 볼 수 있고, 삿포로 맥주의 역사, 만드는 과정, 포스터 광고와 라벨 변천사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는 빛은 어두운 건물 내부의 우아한 조명과 어우러져 박물관의 분위기를 더욱 고급스럽고 기품 있게 만들어준다.
삿포로 맥주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맥주 시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테이스팅 라운지에서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삿포로 맥주 샘플 세 잔을 비교해가며 마실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로이코이비토, 홋카이도 대표 과자
홋카이도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가 삿포로맥주라면 홋카이도 대표 과자는 시로이코이비토다. 이 과자는 단지 지역의 대표 과자를 넘어 일본을 대표하는 과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테마파크 형식의 과자공장인 시로이코이비토 파크는 아이와 여성들을 사로잡기에 최적화된 장소다. 과자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체험도 할 수 있는데, 관광객을 위한 공장처럼 보이는 테마파크에 가깝다. 이국적인 유럽풍 건물에 들어서면 마치 궁전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건물 내부에는 고전적인 가구와 소품들, 다양한 인형이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는데 어디선가 풍겨오는 초콜릿 향기에 기분까지 달콤해지는 장소다. 분수대가 자리 잡은 유럽풍 정원이 조성돼 있으며 사랑스러운 소품과 과자의 집이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어우러져 한껏 이국적인 풍경을 뽐낸다.
삿포로에서는 관광지 이외의 곳을 거닐 때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 미니 정원과 화분들을 어디에서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 눈길이 닿는 곳마다 가꿔진 꽃들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 여름의 삿포로는 ‘꽃의 도시’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화려하게 가꿔진 정원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에 돌봐지고 있는 창틀 위의 소박한 화분, 길거리에 무심하게 피어 있는 들꽃 역시 삿포로의 여름을 기억하게 하는 풍경으로 남을 것이다. 청정자연과 다양한 여름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 삿포로. 청량한 계절, 파란 하늘 아래 라일락 향기 물씬 풍기는 삿포로의 짧은 여름을 만나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떠날 시간이다.
여행팁 & 홋카이도 여름축제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삿포로 구간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2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매력적인 도시 삿포로, 삿포로의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일정을 미리 알아두자.
홋카이도 신궁 축제 6월14~16일 홋카이도 신궁, 나카지마 공원 일대
삿포로 꽃 축제 6월 초순~7월 하순 오도리 공원
삿포로 시티 재즈 7월4~27일 오도리 공원, 삿포로 시청, 삿포로 예술의 숲 야외무대
비어가든 7월20일~8월15일 오도리 공원
홋카이도 마코마나이 불꽃축제 7월 중순 마코마나이 세키스이하임 스타디움
삿포로 여름축제 7월20일~8월17일 오도리 공원, 삿포로 다누키코지상점, 스스키노 등지
도신·UHB 불꽃축제 7월 하순 도요히라가와 미나미오하시 부근
삿포로=김소운 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 swkim75e@flyasiana.com
천혜의 자연환경 자랑하는 삿포로
“손님 여러분, 삿포로 신치토세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활주로에서 속도를 줄이는 가운데 기내에 방송이 울려 퍼진다. 승무원으로서 근무할 때는 ‘잘 도착했구나. 이제 손님들을 목적지에 잘 내려드리고 비행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여행객으로 이 방송을 듣는다면 고대하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새로운 곳에 곧 발걸음을 내디딜 거라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함께 여행을 앞둔 설렘에 벅차오를 것이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비에 걱정되기도 했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초여름의 삿포로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삿포로의 여름은 비가 자주 오고 일교차가 심하지만, 우리나라의 한여름 폭염에 비해 쾌적하고 의외로 시원하다. 연중 가장 짧은 삿포로의 여름은 가장 덥다는 8월에도 평균 최고기온이 27도를 넘지 않는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홋카이도는 볼거리가 넓은 지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기차로 40여 분 거리인 오타루나 요이치 등 근교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기차나 차편으로 상당히 오래 이동해야만 한다. 삿포로 시내를 제외한 교외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일정을 여유있게 짜야 한다.
홋카이도의 중심인 삿포로는 일본에서 인구 규모로는 다섯 번째로 큰 대도시이며, 구획 정리가 잘돼 있는 계획도시다. 이정표도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걸어서 다니기에도 부담 없다.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어 시내 몇몇 관광지만 둘러볼 계획이라면 하루면 충분하다.
현대적인 시설, 과거의 건축물 섞인 삿포로 백화점, 쇼핑가, 호텔 등이 밀집한 삿포로역은 기차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교통의 중심지다. 여름이면 라벤더, 가을이면 단풍이 유명하다는 비에이와 후라노, 온천지역인 노보리베쓰, 유리공예로 유명한 근거리의 오타루와 니카위스키 양조장이 있는 요이치 같은 홋카이도의 유명 관광지로 가는 모든 교통편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에 비해 숙박시설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외에도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돼 본인의 여행 목적과 일정에 맞는 숙소를 고르기 쉬워졌다. 앞서 언급한 도시보다 규모가 작다 뿐이지 삿포로역을 중심으로 기차든 버스든 아무거나 타고 이동하기 쉽다. 오히려 지나치게 복잡한 도쿄나 오사카의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에 비해 삿포로는 상대적으로 단순해 이용하기 편하다.
삿포로에서 인상적인 것은 도로 곳곳에 깔린 열선이었다. 열선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설치한 것으로 도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삿포로는 또한 지하도가 발달돼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었다. 지하철 역과 역 사이를 연결하는 지하도는 쇼핑가, 식당, 갤러리, 쉼터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시설들이 지하 곳곳에 있는 것과는 달리 지상에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미국 네오바로크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가 대표적인 건물이다. 250만 개의 빨간 벽돌로 지어져 아카렌가라는 애칭을 가진 건물이다. 삿포로역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도착한다.
1세기를 함께한 삿포로 시계탑
삿포로의 또 하나 랜드마크는 홋카이도 구 본청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삿포로 시계탑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삿포로 시민과 함께한 의미 있는 시계탑으로 아카렌가와 더불어 삿포로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손꼽힌다. 지어진 지 100년이 지난 미국 건축양식의 이 목조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 더 가치 있게 빛난다. 시계탑은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인형의 집, 혹은 과자의 집 같아 보인다.
도심 한가운데 시냇물이 흐른다. 이시카리 강의 지류 중 하나인 인공하천, 소세이가와다. 소세이가와는 강이라기보다는 시냇물에 가까워 한국의 청계천과 비슷하지만, 인공하천치고는 좀 더 수수한 멋이 있다. 애써 화려하게 꾸며놓지 않았지만, 건물 숲 사이의 물길과 가로수만으로도 삿포로 시민에게 도심 속에서 좀 더 가까이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삿포로 TV탑도 보인다. 일본의 다른 도시에서 본 도쿄타워, 오사카 쓰텐카쿠, 나고야 TV타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철골탑이 여기 삿포로에도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사진보다는 실물이 훨씬 볼 만하다. 전망대의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를 통해 삿포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인기 있는 장소다.
오도리 공원의 화사한 아름다움
오도리 공원은 삿포로시 한가운데 있다. 여름에는 맥주 페스티벌인 ‘비어가든’, 겨울에는 세계 3대 눈축제 중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삿포로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오도리 공원은 여름이면 활짝 핀 형형색색의 꽃과 라일락 향기가 가득한 정원의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도심 곳곳에 정성스럽게 가꿔진 화단과 꽃밭은 하얀 눈의 이미지였던 삿포로를 알록달록하게 채색한다. 파란 하늘 아래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는 분수 앞에서 어린이들이 뛰노는 웃음소리가 더없이 청량하다. 오도리 공원의 상징적인 동상 주변으로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이렇게 다채로운 색의 꽃으로 꾸며진 화단과 아름다운 조각들로 장식된 이 공원은 현대적으로 조성된 계획도시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오도리 공원에서는 맥주 페스티벌 비어가든이 열린다. 이 페스티벌의 주인공 격인 삿포로 맥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삿포로역에서 버스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삿포로 맥주박물관을 방문해보자. 근대 일본 맥주산업의 역사와 발전, 각종 변천사 등을 알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는 박물관이다. 입장료 없이 박물관 내외부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30분 간격으로 진행하는 프리미엄 투어-견학코스도 있는데 영어와 일본어로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아름답게 조성된 정원 사이에 서 있는 빨간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원통 맥주 저장창고도 볼 수 있고, 삿포로 맥주의 역사, 만드는 과정, 포스터 광고와 라벨 변천사까지 볼거리가 풍부하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는 빛은 어두운 건물 내부의 우아한 조명과 어우러져 박물관의 분위기를 더욱 고급스럽고 기품 있게 만들어준다.
삿포로 맥주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맥주 시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테이스팅 라운지에서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삿포로 맥주 샘플 세 잔을 비교해가며 마실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로이코이비토, 홋카이도 대표 과자
홋카이도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가 삿포로맥주라면 홋카이도 대표 과자는 시로이코이비토다. 이 과자는 단지 지역의 대표 과자를 넘어 일본을 대표하는 과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테마파크 형식의 과자공장인 시로이코이비토 파크는 아이와 여성들을 사로잡기에 최적화된 장소다. 과자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체험도 할 수 있는데, 관광객을 위한 공장처럼 보이는 테마파크에 가깝다. 이국적인 유럽풍 건물에 들어서면 마치 궁전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건물 내부에는 고전적인 가구와 소품들, 다양한 인형이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는데 어디선가 풍겨오는 초콜릿 향기에 기분까지 달콤해지는 장소다. 분수대가 자리 잡은 유럽풍 정원이 조성돼 있으며 사랑스러운 소품과 과자의 집이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어우러져 한껏 이국적인 풍경을 뽐낸다.
삿포로에서는 관광지 이외의 곳을 거닐 때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 미니 정원과 화분들을 어디에서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 눈길이 닿는 곳마다 가꿔진 꽃들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 여름의 삿포로는 ‘꽃의 도시’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화려하게 가꿔진 정원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에 돌봐지고 있는 창틀 위의 소박한 화분, 길거리에 무심하게 피어 있는 들꽃 역시 삿포로의 여름을 기억하게 하는 풍경으로 남을 것이다. 청정자연과 다양한 여름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 삿포로. 청량한 계절, 파란 하늘 아래 라일락 향기 물씬 풍기는 삿포로의 짧은 여름을 만나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떠날 시간이다.
여행팁 & 홋카이도 여름축제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삿포로 구간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2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매력적인 도시 삿포로, 삿포로의 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일정을 미리 알아두자.
홋카이도 신궁 축제 6월14~16일 홋카이도 신궁, 나카지마 공원 일대
삿포로 꽃 축제 6월 초순~7월 하순 오도리 공원
삿포로 시티 재즈 7월4~27일 오도리 공원, 삿포로 시청, 삿포로 예술의 숲 야외무대
비어가든 7월20일~8월15일 오도리 공원
홋카이도 마코마나이 불꽃축제 7월 중순 마코마나이 세키스이하임 스타디움
삿포로 여름축제 7월20일~8월17일 오도리 공원, 삿포로 다누키코지상점, 스스키노 등지
도신·UHB 불꽃축제 7월 하순 도요히라가와 미나미오하시 부근
삿포로=김소운 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 swkim75e@flyasia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