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가 가시화하면서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0.3도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파리기후협정 문제는 27일(현지시간)까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휴양도시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였다. 미국을 제외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나머지 6개국 정상은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라며 회의 기간 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트위터에 “다음주에 파리기후협정 잔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2015년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 대표는 기후 온난화 등에 대응해야 할 의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지운 신기후체제에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중국이 벌인 사기극”이라며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후학자들은 미국이 탈퇴하면 파리협정이 내건 온실가스 목표 자체가 위태롭다고 보고 있다.

◆미국 파리협정 탈퇴로 온도 0.3도 상승

미국 기후학자 20명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미국의 탈퇴가 기후변화에 몰고올 영향을 살펴봤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하면 매년 30억t의 온실가스가 대기중으로 더 배출된다. 해마다 누적되면 남북극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 상승을 부추겨 극단적인 날씨 변화를 촉발하기에 충분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달 초 국제학술지 기후변화저널에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해지면 기후변화의 올가미가 더욱 조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는 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인터랙티브는 미국이 2030년까지 매년 온실가스 30억t을 더 배출하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0.3도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시뮬레이션에서는 미국의 협정 탈퇴로 지구 온도가 0.1~0.2도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다수 연구자는 미국이 협정을 탈퇴하면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따라 배출량을 늘리는 연쇄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선택 따라 지구 운명 결정

파리기후협정은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급적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묶어야 한다는 목표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협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의 5분의 1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석탄과 석유, 가스에서 나온다.

지구 평균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이상 올라가 있다. 앞으로 0.9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처지다. 제니퍼 프랜시스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지금은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과거 배출량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5년 배출량을 줄이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일부 과학자는 미국이 파리협정을 이행한다고 해도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미국의 역할에 따라 파리협정의 목표인 2도 이내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3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년째 증가하지 않은 데는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992년 수준으로 떨어진 데 힘입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캐서린 헤이호 미국 텍사스테크대 교수는 “미국의 선택에 따라 기후변화 충격이 세계에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