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첫 조각 작업이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위장전입 논란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공직자 임용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지난 26일 무산되면서 후속 내각 인선도 다소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통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인사 검증 기준을 강화하다 보면 추가 인선이 늦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초 첫 조각에서 현역 의원이 배제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인사 검증의 현실적 한계 등으로 여당 전·현직 의원들이 다시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첫 조각 참여할 유력 현역은

암초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5대원칙'…전·현직 의원 차출론 다시 부상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인 출신인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각각 행정자치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와 충북 청주가 지역구인 두 사람은 탕평인사 원칙에도 부합한다.

외교 안보 라인의 한 축인 통일부 장관에는 문 대통령의 러시아 특사였던 송영길 의원과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우상호 의원, 홍익표 의원이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국방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과 김영춘 의원이 각각 지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영주·홍영표·이용득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우태희 2차관과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오영호 전 KOTRA 사장,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의 이름이 거명된다.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선대위 국토교통정책위원장이었던 4선의 조정식 의원,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법무부 장관에는 검찰 개혁을 위해 비(非)법조인 출신이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전해철·박범계 의원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비문계인 박영선 의원의 발탁설도 나돈다. 박 의원은 여성장관 30% 할당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김용익 전 의원이 가장 유력한 가운데 이석현 의원과 양승조 의원이 새롭게 경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현역 차출 득실 고민

역대 정부도 첫 조각에서 현역 의원 차출은 많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김영진 농림부 장관, 김화중 보건부 장관, 한명숙 환경부 장관 등 세 명을 입각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초대 내각에서 현역을 아예 배제했다. 박근혜 정부도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였던 유정복·진영·조윤선 의원을 각각 안전행정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국회 본회의 표결을 위한 정족수 등을 감안할 때 현역 차출은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 발탁은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틀어진 당·청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당근책 같은 것”이라며 “굳이 임기 초기에 현역을 대거 차출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도 여소야대 정국과 당의 기대치 충족 등 득실(得失)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