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업무보고 과정에서 정규직을 정원 대비 2% 이상 늘리는 중소기업에는 세무조사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다급한 현안이며, 동시에 얼마나 힘겨운 과제인지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세무조사라는 국가의 기본 행정이 다른 단기적 목표 달성을 위해 이렇게 편의적으로 동원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 방침이 제조업에서 제한적으로 해오던 조치를 ‘대다수 업종’으로 단지 확대하는 것일 뿐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너무 손쉬운 발상이다. 세정(稅政)은 그 어떤 영역보다도 법률에 기반한 보편타당하고 공명정대한 행정이어야 한다. 부과에서 징수와 납부, 조사와 추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행정의 자의성, 즉흥성, 편의성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이 게을리돼선 안 된다. 세법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복잡할 정도로 세세하게 행정행위를 나열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더구나 고용의 증감은 기업이 숙고를 거듭하는 매우 중요한 경영 판단의 문제다. 매년 정규직을 2% 이상 채용할 형편이 못 돼 새로 출범한 정부에 ‘비협조 기업’으로 낙인 찍힐까봐 불편·불안해할 기업들의 입장도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야당에서 즉각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협조할 경우 세금을 제대로 안 내도 눈감아 주겠다는 것으로, 정말 심각한 문제”(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무조사가 세금포탈 의혹이 있는 곳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세행정의 원칙에 관한 문제다. 국세청 조사가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른 보복적 징계 행정이어서는 곤란하다. 근래 국회 일각에서 ‘청장 임기제’ 입법논의로 ‘국세청 독립 강화론’이 나온 배경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밉보여서’ ‘재수없게 잘못 걸려서’라는 말이 납세자 입에서 쉽게 나오는 한 성실·자율의 선진납세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조사권이 남발되면 ‘이러니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누가 믿나’라는 저항이 나오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일자리 창출도, 비정규직 축소도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될 일이라면 벌써 가능했을 것이다. 내실을 다지며 차분히 가야 할 ‘멀고 힘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