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명분에…'규제 그물'에 묶인 한국 수도권
일본이 수도 도쿄에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것과 달리 한국 수도권은 수십 년째 강력한 규제에 묶여 있다. 수도권은 국내 등록 공장의 절반 정도가 몰려 있지만 ‘국가 균형발전’이란 명분 아래 공장 신설과 투자 등에서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한국의 수도권 규제는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과 행정 조치가 속속 추가되면서 수도권은 그야말로 겹겹이 쌓인 ‘중첩 규제’를 받는 곳이 됐다.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관련법에 따라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도보호구역 등 10개의 복잡한 규제를 받고 있다. 과밀억제권역은 공업지역 지정이 금지되고 성장관리권역과 자연보전권역은 정부 허가를 받아야 공장을 지을 수 있다. 수도권 전체에 걸쳐 4년제 대학도 신설할 수 없고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도 금지된다.

해외로 진출했다가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기업도 홀대를 받는다. 2013년 8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유턴기업지원법)이 제정돼 유턴기업은 조세 감면, 자금·입지·인력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수도권은 지원 대상에서 빠진 탓이다.

지나치게 강한 규제는 수도권 기업의 투자 포기나 해외 이전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년 수도권 기업 11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 62개 기업은 2009~2014년 수도권 규제 등으로 투자 시기를 놓쳐 3조3329억원(미투자금액, 금융비용 등)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 이 과정에서 1만2059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 기회도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도권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수도권 규제완화 내용이 거의 없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혁신도시 중심의 지역산업 육성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한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지원 같은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