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피해 이사 왔다 헬스맨 만나ㅠㅠ"…떠오르는 '홈트소음'
서울 용산의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직장인 박하연 씨(28)는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귀마개부터 찾는다. 매일 저녁 한 시간씩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에 시달려서다. 박씨는 “이전 집에서 층간소음이 심해 이사했다”며 “집주인이 ‘윗집에 어린아이도 없고 젊은 남성 혼자 살아 조용하다’고 해 계약했는데 속은 기분”이라고 했다. “참다 못해 며칠 전 윗집을 찾아갔더니 홈트레이닝 중이었다며 땀범벅이 돼 있더라”는 하소연을 덧붙였다.

홈트레이닝을 즐기는 이른바 ‘홈트족’ 증가에 ‘홈트소음’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홈트레이닝은 ‘집(home)’과 ‘운동(training)’의 합성어다. 집에서 전문가의 영상 등을 보면서 운동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운동법 공유가 간편해진 데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는 강점이 홈트족 증가 배경이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미세먼지 습격도 홈트족을 늘리는 요인이다. 인스타그램에 ‘#홈트레이닝’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작성된 게시물은 29일 기준 15만700여 개에 달한다.

쇼핑가에서도 홈트레이닝 용품 판매 증가가 뚜렷하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 4월과 5월 홈트레이닝 관련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40%가량 매출이 늘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실내운동 용품들은 보통 야외활동에 제약이 많은 추운 겨울철에 판매가 집중된다”며 “올봄에는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와 황사가 겹치면서 한겨울 매출 수준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소음 방지 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집에서 하는 홈트레이닝은 층간소음 갈등을 부를 수밖에 없다. 서울 연남동 다세대주택 거주자 황모씨(26)는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윗집에서 쿵쾅대 항의한 적이 있다”며 “윗집 사람도 ‘미세먼지 탓에 조깅 대신 홈트레이닝을 했다’면서 사과했다”고 말했다.

워낙 예민한 문제이다 보니 이웃 간 몸싸움으로 확산되는 일도 빈번하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지난달부터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는 직장인 강모씨(30)는 “매트를 깔아 안심하고 운동했는데 며칠 전 아랫집에서 직접 올라와 항의했다”며 “이미 격앙된 채로 찾아와서 서로 언성을 높이다 보니 멱살잡이까지 했다”고 했다.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상황이라 홈트레이닝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평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홈트족들의 각별한 주의가 선행돼야 하지만, 실내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공체육시설 확충 등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