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의 저주는 다우지수에 편입 직후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거나 횡보하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다우지수에 편입된 16개 기업중 15개 기업의 주가는 다우지수 종목에 지정된 후 6개월간 주가가 평균 1%에 오르는데 그쳤다. 편입전 6개월간 평균 11%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에 편입된다는 것은 우량주의 대명사인 블루칩의 자격을 공식 획득했다는 의미다. 다우의 저주는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안정적이며 신뢰받는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일종의 ‘신고식’으로 월가에서 간주돼왔다.
다우지수 편입 후 주가의 대폭락을 겪은 기업들의 사례도 있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다우지수에 편입된 후 다음 해 닷컴거품 붕괴와 함께 주가가 폭락했다. 2008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다우지수 편입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된서리를 맞았다.
골드만삭스 역시 2013년 9월 다우지수에 편입된 후 3년간 주가상승률은 0%대였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 효과’로 금융주가 급등하면서 30% 넘게 급등하는 혜택을 누렸을 뿐 다우지수 편입이후 주가는 횡보상태였다.
반면 ‘다우의 저주’를 피해간 기업도 있다. 골드만삭스와 함께 다우에 편입된 나이키는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2년간 60% 급등했다. 다만 올들어 나이키 주가는 조정을 받아 횡보하면서 지수편입후 상승률이 52%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 나이키와 함께 다우지수에 편입된 비자카드는 당시 48달러였던 주가가 한 번의 조정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94달러를 기록, 10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뉴욕 증시의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은 어떨까. 2015년 3월 다우지수에 입성할 당시 애플 주가는 120달러대였지만 지난해 115달러로 마감하며 1년9개월간 주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년간 주가상승률 역시 시장 평균을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애플의 다우지수 편입 2년을 평가하면서 미국의 대표기업으로 부상한 애플 역시 ‘다우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투자분석가들이 매 2분기마다 애플의 매출이 20%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기업과 주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매출과 수익 등 재무성과와는 별개로 주가로 표현되는 기업가치는 별개하는 분석이다.
하지만 올들어 애플 주가가 33% 약진하면서 ‘다우의 저주’가 풀리고 새로운 상승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의 주가상승률은 다우지수(6.7%)의 5배, 나스닥지수(15.3%)의 2배에 달한다. 월가의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애플이 다우지수 산정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골드만삭스를 제치고 올들어 다우지수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8008억달러(지난 26일 종가기준)로 미국 기업중 최초로 8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년내 꿈의 숫자인 1조달러까지 돌파할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올들어 시가총액 상승분만 2640억달러로 디즈니(1696억달러),보잉(1126억달러), 나이키(868억달러), 골드만삭스(914억달러)의 전체 시가총액을 능가한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애플이 미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미국의 어떤 기업보다 막강하다”며 “당분간 애플의 위상을 뛰어넘을 기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