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노총 간부까지 영입한 국정위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지난 29일부터 두 명의 새로운 얼굴이 모습을 나타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과 우태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이다.

정 본부장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특별정책보좌역으로, 우 연구위원은 사회분과 전문위원으로 국정기획위에 합류했다. 사회분과는 복지, 고용, 교육, 환경, 문화·체육 등 분야 국정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사회분과에서 특히 고용 분야 정책과제 수립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국정기획위 측은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현직 간부급 인사들이 새 정부 국정계획 수립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한국노총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고 문 후보와 적정 임금 보장, 비정규직 감축, 노동시간 단축 등을 담은 정책연대 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새 정부 탄생에 역할을 한 만큼 이들을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켰다는 얘기다.

노동계가 새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대’ 받고 있는 것과 달리 경영계는 ‘찬밥’ 신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5일 새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강한 경고를 받고 나서 특히 그렇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계는 국정기획위까지 참여했는데 경영계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경영계에는 재갈을 물려놓고, 노동계 얘기만 듣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그동안 고용노동 정책 현안을 노·사·정 테이블을 통해 해결해 왔다. 갈등을 반복하면서도 타협을 이뤄 왔다. 새 정부는 이런 논의의 틀 자체를 부정하고 노·사·정에서 ‘사’를 빼고 노·정으로만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합의에 의해 유지되는 노사 관계에서 정부가 한쪽 편만 들면 균형추가 무너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전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대통합’을 다시 새겨야 할 때다.

김일규 경제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