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가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오는 데 초점을 맞춘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규 투자자 발굴이 여의치 않자 영업 타깃을 ‘경쟁사 고객’으로 돌린 것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가 다른 증권사에 맡겼다가 손실이 발생한 랩어카운트(일임형 개인자산관리계좌)를 가져오면 프라이빗뱅커(PB)가 문제점을 파악한 뒤 새로운 투자전략을 제시해주는 상품인 ‘한국투자고객케어랩’을 지난 29일 선보였다. 이 상품을 통해 새로운 펀드에 가입하면 판매보수(투자금의 0.6~0.7%)를 면제해주고, 최대 3억원까지 연 3%짜리 3개월물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기회까지 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여러 ‘당근’을 내건 상품”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이 지난 3월 출시한 ‘밸런스 마스터즈 펀드케어랩’도 비슷한 상품이다. 경쟁사와 거래하던 투자자가 대신증권에 돈을 맡기면 지점 PB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정기적으로 자산운용과 관련 보고서도 보내준다. 판매보수를 받지 않거나 1억원 한도로 RP(연이율 3%)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혜택도 비슷하다.

상당수 증권사는 경쟁사 고객의 주식거래 계좌를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펼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를 통해 매입한 주식(평가액 1억원 이상)을 자사 모바일 증권거래 앱(응용프로그램) ‘나무’로 이전하고 나무프리300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대 100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나무프리300은 계좌의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잔액이 300만원 이상이면 다음달 주식거래 비용을 받지 않는 서비스다. 이베스트증권도 타사에서 사들인 주식을 옮겨오면 최대 17만원을 주는 행사를 오는 7월까지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과 펀드가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새로운 투자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증권사 간 고객 쟁탈전이 한층 더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