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계 직급 체계 3단계로…수평·자율적 조직문화 조성
월요일은 '회의 없는 날'
회의준비 위한 주말출근 없애고 전자결재도 '음성 보고' 추가
◆사라지는 ‘부·차장’ 호칭
직급 단순화로 LG전자의 직급은 △책임(부장, 차장) △선임(과장, 대리) △사원 등 세 종류로 바뀐다. 재직 기간보다는 성과와 능력, 역할에 따라 직급을 부여해 조직 전반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부장이 되려면 네 번 승진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직원들의 진급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새로운 직급체계는 이 같은 부담을 덜어주고, 직급이 서열보다 능력 중심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급체계 간소화는 이미 LG그룹 내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4월부터, LG유플러스는 지난달부터 각각 3단계 직급체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LG디스플레이에서는 책임에 해당하는 과장이 LG전자에서는 선임으로 분류되는 등 계열사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7단계인 직급체계는 직무역량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CL(career level) 1~4단계로 바꿨다. 경제계 관계자는 “차장, 부장 등의 호칭이 낡은 기업 문화로 느껴질 때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자리 잡는 ‘조성진 조직문화’
LG전자의 직급체계 개편은 지난해 말 단독 최고경영자(CEO)가 된 조 부회장의 조직문화 혁신 노력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조 부회장은 평소 “일하는 문화와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사업도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첫 번째 목표는 ‘일을 위한 일’을 없애는 것이다. 조 부회장은 불필요한 업무 시간과 형식을 줄여야 효율이 높아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올 들어 직원들에게 조직문화 혁신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취합해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시행토록 하고 있다.
3월부터 LG전자에서 사라진 월요일 회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회의 준비를 위해 주말에 나와 일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일부 조직에서만 시행했던 ‘캐주얼 데이’도 본사 및 사업장으로 확대해 금요일에는 가벼운 복장으로 출근하도록 했다.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오후 5시30분에 조기 퇴근하는 제도도 조 부회장 등 임원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완전히 정착됐다. 전자결재 시스템에는 음성 보고를 추가해 정확도를 높이고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필요성을 최소화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