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금액은 7조741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금액이다. 연초(6조8083억원)에 비해 13% 이상 늘어났다.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가장 신용 융자금이 많이 몰린 종목은 엔씨소프트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신용융자 잔액이 502억원 늘었다. 이달 나올 예정인 신작 게임 ‘리니지M’의 사전 예약자가 400만명을 넘기는 등 흥행 조짐을 보이면서 이 업체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장중 39만원까지 올라 1년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삼성전자(401억원) LG디스플레이(313억원) 오리온(156억원) 코스맥스(153억원) 한국전력(123억원)도 신용거래 매수 금액이 크게 늘었다. 개인들이 신용거래로 사들인 종목 주가는 대부분 올랐지만 화장품 제조업체인 코스맥스는 지난달 10%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28% 감소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 코스맥스의 신용 융자금 잔액은 216억원가량이다.

한국전력도 새 정부 출범 후 전력생산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지난달 5.8%가량 하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전자소재 업체인 이녹스에 가장 많은 신용 융자금(91억원)이 몰렸다. 지난 1월 인적 분할을 발표한 이 업체는 올 들어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신용융자 잔액률(상장 주식 중 신용거래로 매수한 비율)이 높은 종목에는 정책 테마주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테마주로 분류된 윌비스(공무원시험 전문기업), 에스코넥(취업포털 커리어넷 대주주)의 잔액률은 각각 10.2%, 10.0%에 달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가 급락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매하는 ‘반대매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