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더 강한 유럽 통합을 추진하는 ‘비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메르켈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 4연임에 성공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공동 채권(유로본드) 발행, 공동 국방예산 편성 등 유럽 통합을 확대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 28일 “유럽인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FAZ는 분석했다.

국방 통합을 위해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체코 루마니아 네덜란드 프랑스 폴란드 등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브뤼셀에 유럽 공동 군사행동을 위한 본부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공동 군사행동에 반대한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언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유로본드 발행에 관해 의논했다. 다만 이들은 각 회원국이 기존에 가진 부채는 책임지지 않고 향후 발행할 채권에 대한 의무만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FAZ는 밝혔다.

현재 독일은 독일 국채, 프랑스는 프랑스 국채 등을 각각 발행하고 있다. 이와 달리 공동으로 채권을 찍고 그 책임도 회원국이 나눠 지기로 하는 것이다. 이는 유로존의 공동 예산을 마련한다는 의미로, 자연스레 예산을 총괄할 ‘재무장관’도 필요해진다. 재정 통합에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 방안을 지지한다.

유럽 통합 강화는 메르켈 총리만의 생각은 아니다. FAZ는 EU 집행위원회가 2025년까지 유로존 가입 국가를 EU 회원국 전체(영국 제외 27개국)로 확대하고 재무장관을 임명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을 계기로 ‘더 강한 유럽’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쉽지 않았던 유럽 재정동맹 구상이 급물살을 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로존 가입 조건을 충족하고도 가입하지 않고 있는 스웨덴 덴마크는 물론 조건에 미달하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을 억지로 통합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유로본드 발행을 통한 공동예산 편성 구상도 구조 개혁이 필요한 남유럽, 동유럽 국가들이 무임승차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