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체들이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 강자를 제치고 증시를 대표하는 ‘대표 유통주’로 올라섰다. 각종 규제로 인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주춤한 사이 1인가구 확대 등에 힘입어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대형마트 누른 편의점

편의점, 백화점·마트 누르고 유통대장주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00원(0.36%) 오른 13만9500원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6조9118억원으로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6조7738억원)를 앞질렀다. 지난 29일 올 들어 처음 이마트를 넘어서며 롯데쇼핑에 이은 유통업계 ‘넘버2’ 자리를 꿰찼다. 롯데쇼핑에는 편의점,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등 여러 유통사업 부문이 있다는 점에서 단일 업종으로 따지면 사실상 편의점이 유통업계 왕좌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GF리테일 주가는 5월 들어서만 27.40% 올랐다. 같은 기간 이마트 주가는 5.65% 오르는 데 그쳤다. 편의점 성수기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데다 미국 담배업체 필립모리스가 제조하는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독점 판매하는 데 따른 기대감이 BGF리테일 주가를 끌어올렸다.

편의점, 백화점·마트 누르고 유통대장주로
같은 기간 이마트는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상승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6.44%)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형마트 출점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의무 휴업일을 확대하거나 영업시간을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주가에 영향을 줬다.

편의점 업체의 시가총액이 백화점을 앞지른 건 오래전이다. BGF리테일의 시총은 백화점 업계 2, 3위인 현대백화점(2조7146억원)과 신세계(2조3973억원)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편의점 업계 2위인 GS리테일의 시총(4조3197억원)도 백화점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1인가구 증가의 최대 수혜주

편의점 업체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로 불리는 1인가구가 늘면서 편의점 매출도 확대되고 있어서다. 도시락, 커피 등 자체상표(PB) 상품이 전체 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 1분기 27%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이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숫자가 3만5000개를 넘어서면서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포화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동네 ‘구멍가게’들이 앞다퉈 편의점으로 전환하며 신규 점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BFG리테일은 올 1분기에만 416개의 신규 점포를 열었다. 한국과 인구구조, 경제성장 방향 등이 비슷한 일본의 편의점 시장 규모가 백화점 시장의 약 두 배인 100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국내 편의점 시장의 성장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영업시간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 새 정부 정책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은 각 점주가 운영하는 자영업 형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내수활성화 정책이 시행되면 오히려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