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극한 환경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베타전지’(Betavoltaic battery)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5일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 원장 권 업)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 및 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과 공동으로 산업부의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과제에서 극지, 심해, 우주 등에서도 50여년간 전력 생산이 가능한 베타전지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베타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장치로, 태양, 바람 등 외부 동력원 없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기를 가리킨다.

베타전지는 Ni(니켈)-63 베타선원과 반도체가 접합되어 생성되는 전력을 사용하며, 특히 별도의 충전이나 교체 없이도 전지의 수명이 50여년 이상 유지되는 장점을 지녔다.

또한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적은 양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어, 인공심장 등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 분야에 활용할 경우 기존 기기의 수명을 5년에서 20년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금번 베타전지의 국내 최초 개발은 △대구TP 나노융합실용화센터의 저전력제어시스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Ni-63 베타선원 생산실증 및 반도체 정밀접합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SiC 기반 고효율 에너지흡수체 등 각 참여기관별 우수 연구 성과 및 협력의 결과물이다.

연구진은 현재 시제품 제작을 완료한 데 이어, 출력 전력을 보다 더 향상시키기 위한 추가 기술에 대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정부 지원을 통해 십 수 년 전부터 베타전지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러시아 또한 국영회사인 로사톰(ROSATOM)을 통해 Ni-63 기반의 베타전지를 2년 내 생산할 것이라고 지난 2016년 밝힌 바 있다.

최병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베타전지 시스템 기술은 원자력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대구TP 나노융합실용화센터가 보유한 핵심기술이 융합된 기술로서 원자력 및 ICT 기술이 접목되어 새로운 융합연구 분야를 창출한 우수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이 사업을 총괄해온 최정건 대구TP나노융합실용화센터장은 “상용화가 완성되면 극한 환경 뿐만 아니라 초소형 전원, 특수목적용 저전력원, 재난대응 안전감지센서용 전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1조원 이상의 산업적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예상되는 연구 성과물의 상용화를 위해 정부의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