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룩'으로 전신 사진을 찍으면 스타일 점수가 매겨진다. /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쳐
아마존의 AI 스피커 '에코룩'으로 전신 사진을 찍으면 스타일 점수가 매겨진다. /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쳐
#혼자 사는 A씨는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이다. 이옷저옷을 바꿔 입어가며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룩' 앞에 선다. "Alexa, Take a picture.(알렉사, 사진 찍어줘)"

스마트폰 화면에 사진별 스타일 점수가 나타난다. 이어 그의 평소 스타일에 어울리는 브랜드와 옷 상품들이 추천 목록에 뜬다.

#친구의 립스틱 색상이 마음에 든 B씨. 스마트폰에서 '구글 렌즈'를 켜고 립스틱에 가져다 대자 브랜드와 모델명이 확인된다. 해당 상품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나온다.

AI가 쇼핑 경험을 바꿔놓고 있다. 개인화된 상품 추천은 물론 오프라인 상품 이미지를 인식해 온라인에서 검색·구매까지 도와준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이들은 AI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 원동력으로 쇼핑을 주목하고 있다.

◆'눈' 달린 AI, 쇼핑 전문 비서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콘서트 안내 간판을 비추자 AI비서 프로그램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티켓 예매 여부, 일정 추가 등을 묻고 있다. / 사진=구글 제공
스마트폰 카메라로 콘서트 안내 간판을 비추자 AI비서 프로그램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티켓 예매 여부, 일정 추가 등을 묻고 있다. / 사진=구글 제공
아마존은 지난 4월 패션과 쇼핑에 특화된 AI 스피커 에코룩을 출시했다. 기존 AI 스피커 '에코'에 카메라를 탑재한 게 특징이다. 에코와 마찬가지로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다. 이용자는 에코룩으로 전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AI와 패션 전문가에게 스타일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구글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AI 기반의 구글 렌즈를 공개했다. 구글 렌즈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짐작해 다음 서비스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콘서트 포스터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콘서트 예매 서비스에 연결해주고 콘서트 일정을 스마트폰 일정표에 자동으로 저장하는 식.

국내에서도 AI 기술과 쇼핑 콘텐츠를 결합시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강력한 쇼핑 플랫폼을 가진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이르면 오는 7월 '쇼핑 카메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AI가 해당 상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찾아주는 서비스다.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와 연동돼 검색부터 결제까지 쇼핑 전과정을 지원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서 네이버는 AI가 상품 사진을 보고 '느낌'을 판단해 개인에게 추천해주는 '스타일 추천' 베타(시제품) 버전도 선보였다. 쇼핑몰 자동응답 서비스인 '네이버 톡톡'은 사업자 대신 주문을 받고 상품까지 판매할 수 있는 쇼핑 챗봇(대화형 로봇)으로 고도화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챗봇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향후 챗봇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상품을 구매·주문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궁극적으로는 카카오톡을 AI 기술과 접목시켜 생활 속 개인 비서로 진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감성적인 키워드별로 아이템을 보여주는 '스타일 추천' 서비스. / 사진=네이버 제공
감성적인 키워드별로 아이템을 보여주는 '스타일 추천' 서비스. / 사진=네이버 제공
◆쇼핑으로 일상 파고드는 AI

국내외 IT 업계가 앞다퉈 쇼핑 서비스 공략에 나선 데는 AI 기술의 대중화, 일상화라는 의도가 깔려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복잡한 공부 없이 일반인이 쉽게 AI 세상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구글의 목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T 업계는 AI 비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람들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부분부터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쇼핑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친숙하게 AI를 활용할 영역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파트너스퀘어 부산점 개관식에서 "소상공인들이 네이버의 AI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와 연결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을 소상공인, 일반 소비자 누구나 도구처럼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든다는 복안이다.

특히 최근 잇따라 출시되는 가정용 AI 스피커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행위인 쇼핑과 잘 어울린다는 분석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이미 AI 스피커 '에코'와 '구글홈'으로 음성 쇼핑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과 함께 올 여름 AI 스피커 '웨이브'를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 역시 3분기 중 AI 스피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