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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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9급 공무원, 도전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화여대 졸업생 유모 씨(26)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유 씨는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늘린다고 하니 지금이 적기다. 1~2년 집중해 공부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대학 재학생 이모 씨(24)는 "경쟁률이 높아질까 봐 걱정된다"면서 "인기 있는 서울시 공무원에는 많은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재인 정부의 1순위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에 대한 취업준비생들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높은 경쟁률에 실패를 거듭했던 수험생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사실상 신규 채용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이 위축돼 '공시 낭인'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 신규 채용…설레는 공시족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일자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장 정부는 하반기에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소방·사회복지공무원, 경찰, 군무원 부사관이 각각 1500명, 근로감독관·환경감시원 등 생활안전 분야 3000명, 교사 3000명 등이 대상이다.

공무원 신규 채용 소식이 전해지자 '공시족'들의 반응은 뜨겁다. 한 인터넷 공시생 카페에서는 "3년 넘게 다닌 중소기업을 퇴사하고 공기업에 도전한다" "9급 행정직 공무원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등 채용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의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학원가에서도 공무원과 경찰 등에 공공 부문 일자리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량진 윌비스 신광은 경찰학원 관계자는 "이미 포기했다가 다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전반적으로 신규 수강생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인건비 우려에 공공기관 채용 위축…"공시 낭인 생길 것"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중 80% 가까운 64만 개의 일자리가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자리 이동'으로 실질적 신규 채용 효과는 없다는 지적. 오히려 인건비 부담에 공공기관들이 신규 채용은 줄여 '공시 낭인' 문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5046명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목표치 대비 100명이 미달한 수준이다.

또한 '비정규직 대책'이 발표된 이후인 지난달 13~28일 계약직·무기계약직·비정규직 채용공고를 낸 곳은 165곳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수치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 채용이 위축될 여지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신규채용 위축 가능성에 울분을 터뜨리는 구직자도 있다. 최근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공공기관을 퇴사한 한 구직자는 "정규직 공채를 준비하려고 계약직을 그만두고 나왔는데 이렇게 되니 억울하다. 힘들게 공채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연세대 재학생 한모 씨(23)는 "새 정부 집권 기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만 절묘하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 같다"면서 "불공평하다. 문재인 정부 이후에 또다시 일자리 정책이 바뀐다면 '공시 낭인'만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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