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강원 평창에서 열린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서 협연을 펼치고 있는 첼리스트 정명화(왼쪽)와 판소리 명창 안숙선. 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지난해 8월 강원 평창에서 열린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서 협연을 펼치고 있는 첼리스트 정명화(왼쪽)와 판소리 명창 안숙선. 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나는 도련님이 무거워 어찌 업어요.”

애교 부리는 듯하면서도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 판소리 명창 안숙선이 부르는 ‘사랑가’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담은 이 곡이 안숙선의 소리로 더욱 경쾌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때 들리는 악기 소리는 판소리에서 듣던 소리가 아니다. 첼리스트 정명화가 내뿜는 묵직한 중저음의 첼로 연주다. 풋풋하게만 다가왔던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첼로란 악기를 만나 더욱 깊고 애틋한 사랑의 모습으로 바뀐다.

지난해 8월 클래식과 판소리의 두 거장 정명화(73), 안숙선(68)이 협연한 ‘판소리, 첼로, 피아노와 소리북을 위한 세개의 사랑가’ 공연이다.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사랑가’를 편곡해 만든 이 작품을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한상일, 소리북 명인 조용수와 함께 초연했다. 그리고 10개월 만인 오는 18일 올해 ‘예술세상마을 프로젝트’의 첫 축제 ‘동편제마을 국악 거리축제’ 폐막식에서 같은 곡, 같은 멤버로 또 한 번 하모니를 선사한다.
첼로와 판소리의 색다른 하모니…남원을 수놓는다
◆“동·서양 음악, 감동 주는 건 같아”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하는 ‘예술세상마을 프로젝트’는 올해로 3년째다. 정명화와 안숙선이 각각 강원 평창군 계촌마을을 클래식마을로, 전북 남원시 비전마을과 전촌마을을 국악마을로 지정해 다양한 무대와 예술교육을 펼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거리 축제는 2회에 걸쳐 이뤄진다. 오는 16~18일 먼저 남원에서 ‘동편제마을 국악 거리축제’를, 8월18~20일엔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를 연다.

정명화와 안숙선의 협연은 지난해엔 클래식 거리축제에서 열렸으며 올해엔 자리를 옮겨 국악 거리축제에서 이뤄진다. 두 번째 협연이지만 파격적이면서도 신선한 첼로와 판소리의 만남 앞에선 거장인 그들도 여전히 긴장된다고 한다. 안숙선은 “정명화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고 떨린다”며 “이번에도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화는 “동·서양의 음악은 서로 스타일은 다르지만 사람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같다”며 “첼로는 국악기 소리와 굉장히 잘 어울려서 그런지 ‘세개의 사랑가’를 연주할 때면 더 벅차고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주민 음악교실도 운영

두 거장 이외에도 많은 음악가가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 국악 거리축제엔 전통연희단 꼭두쇠, 창작그룹 노니, 창작국악그룹 불세출, 유영주&거문고 앙상블 등이 함께한다. 또 8월에 열릴 클래식 거리축제엔 원주시립교향악단의 개막 축하공연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조재혁, 온드림 앙상블, 몽라, 하림과 아프리카 오버랜드, 노선택과 소울소스 등의 무대가 펼쳐진다.

단순히 공연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음악을 배우고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민요교실’은 이미 지난 4월부터 마을 어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음달부턴 ‘명창 안숙선과 함께하는 판소리 마스터 클래스’란 제목으로 안숙선이 직접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판소리 캠프를 연다. 현대차정몽구재단 관계자는 “거리축제를 통해 클래식마을 주민들과 동편제마을 주민들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예정”이라며 “동·서양 음악의 환상적인 어울림을 느낄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