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운용보수를 일반 상품의 절반 정도로 부과하는 성과보수형 공모펀드가 1일 첫선을 보였다. 트러스톤, 미래에셋, 삼성, 신한BNP파리바 등 4개 자산운용회사는 이날 수익률이 최소 3%를 초과해야만 수수료율이 올라가는 펀드를 내놓았다.

사모펀드시장에서는 운용수익률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 성과보수형이 일반적이지만 공모펀드시장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바꿔 지난달부터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펀드를 내놓을 때 원칙적으로 성과보수형을 택하도록 했다. 자산운용사의 운용 책임을 높이기 위해서다. 성과보수형을 피하려는 자산운용사는 펀드에 2억원 이상을 직접 투자해야 한다.
"수익 덜 낸 펀드, 수수료 적게 받아요"
이번에 출시된 펀드들은 3~4% 이상 수익을 올려야 운용보수가 올라간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삼성글로벌ETF로테이션’ 펀드는 선취수수료를 내지 않는 클래스C 상품 기준으로 수익률이 4%를 넘지 않으면 0.07%의 운용보수만 받는다. 수익률이 4%를 초과하면 성과보수율이 10%다. 이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4% 미만이면 운용보수로 7000원을 뗀다. 수익률이 9%면 기준 수익률 4%를 넘어선 5%포인트에 해당하는 50만원에 대해 10%인 5만원을 삼성자산운용에 주면 된다.

국내 주식에 80% 이상을 투자하는 트러스톤정정당당 펀드는 수익률이 3%를 넘지 않으면 운용보수를 0.2%만 받는다. 수익률이 3%를 초과하면 성과보수는 수익금의 20%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보수가 0.5%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정정당당 펀드는 절반 수준을 받는 셈”이라며 “책임 투자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회삿돈 50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국내 업종 대표주와 공모주 등에 주로 투자하는 ‘신한BNPP공모주&밴드트레이딩50’ 펀드는 수익률이 3%를 넘지 않으면 운용보수를 0.18%만 받는다. 수익률이 3%를 초과했을 때 성과보수는 수익금의 15%다. ‘미래에셋배당과인컴30’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직접 운용하는 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펀드와 배당프리미엄펀드에 각각 60% 이상과 30% 이하로 투자한다. 성과보수는 수익률이 3.5%를 넘을 때 수익금의 20%다. 수익률 3.5% 미만일 때 운용보수는 0.2%다.

이들 펀드는 운용보수에 차이가 있을 뿐 투자금의 1% 정도인 판매수수료 등은 다른 펀드와 똑같이 내야 한다. 환매수수료는 트러스톤정정당당 펀드만 90일 이내 환매 시 이익금의 70%에 대해 받고 나머지는 없다. 투자자들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할 즈음 펀드를 환매하고 같은 상품에 다시 가입하면 성과보수를 물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환매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수익성 차원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정부 시책에 따라 상품을 내놨지만 성과보수형 펀드가 일반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